서울시가 거액을 들여 외국 다큐멘터리 제작사에 청계천 홍보용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 시비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해외의 다큐멘터리 전문제작사들을 상대로 청계천 복원공사 관련 프로그램 제작 의뢰를 했다. 서울시는 응모해온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디스커버리 채널 2개 사의 제안서를 받은 뒤 미국의 다큐멘터리 전문 디스커버리 채널에 제작을 맡겼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서울시로부터 3억9,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총 60분 분량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9월말까지 제작을 끝낸 뒤 청계천 복원공사가 완료되는 10월 이후 국내 위성방송과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도 방영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에는 이명박 시장을 비롯해 청계천 복원과정에 참여한 전문가, 작업노동자 등의 인터뷰가 포함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비슷한 내용을 담은 홍보용 동영상 ‘청계천 영상백서’(가칭)를 6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있어 시민의 세금으로 무리하게 청계천 홍보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디스커버리 사로부터 청계천 관련 인터뷰 요청을 받았던 홍성태(40) 상지대 인문사회과학대 교수는 “6월께 디스커버리 한국 마케팅 담당자가‘서울시가 먼저 제안해 서울시의 예산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니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당시 일방적인 이명박 시장 홍보라 생각해 응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며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디스커버리사도 서울시의 홍보사 노릇을 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홍 교수는 ‘시민의 신문’ 8일자 인터넷판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이명박 시장이 역대 시장에 비해 가장 공을 들이고 능란하게 한 일은 아마 ‘홍보’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홍 쿄수의 칼럼이 실린 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서울시 전체가 이 시장의 홍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과 ‘정부 홍보물도 어차피 외국에 돈을 주고 방송하는데 이런 홍보가 꼭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으로 갈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상명 서울시 마케팅담당관은 “서울시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먼저 제작을 의뢰했으며, 적은 제작비를 들여 세계적인 제작사의 다큐멘터리 저작권을 서울시가 갖고 무료로 방영하게 되므로 매우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며 “방송 후에는 청계천홍보관 등에 비치해 홍보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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