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총선은 개혁과 반개혁의 싸움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연일 이처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치사상 극히 이례적인 정치 행태로 중의원을 해산한 그는 ‘개혁 대 반개혁 구도’의 총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해산은 ‘우정해산’이라고 규정하고 “우정민영화가 정말로 필요없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은 선거에서 개혁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며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를 획득해 우정 민영화를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반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진하겠다”는 말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우정법안 심의 과정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민주당이 대안 정도는 내놓을 줄 알았는데 저항세력과 일체가 돼 법안을 폐안시켰다”며 민주당에 칼을 들이댔다. 가장 힘겨운 상대인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이 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주장은 일본 사회에서 의외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계 인사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우정법안에 반란표를 던진 자민당 반대파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정개혁은 일본 개혁의 중심이고, 우정 개혁없이 다른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론에 지지를 보내는 한편, ‘국민의 뜻을 묻기 위한’ 중의원 해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기회에 병든 자민당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기대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 여론도 고이즈미 총리의 대응 방식에 일단은 호의적이다. 우정법안 부결이후 실시한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중의원 해산에 찬성했다. 니혼 방송의 긴급 앙케이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61%에 이르렀다.
고이즈미 총리가 9ㆍ11 총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우정개혁을 완수한다는 시나리오가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정권쟁취의 의욕에 차 있는 민주당은 이 같은 자민당의 공격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총선을 계기로 우정개혁이 다시 조명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반개혁세력으로 인식될 경우 굴러 들어온 정권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강행 등으로 엉망이 된 아시아 외교와 악화된 경제 상황 등 고이즈미 실정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민당의 분열로 고무된 민주당의 정권교체의 꿈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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