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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이상호 기자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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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이상호 기자는 훌륭했다

입력
200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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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호 기자의 언론의 자유 지키기가 외롭다. 시민단체 등이 있어도 위태롭다. 사건 당사자 신문을 포함한 일부 언론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을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는 4일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건의 본질이 호도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언론단체로서 사건의 왜곡을 막기 위한 항변이다. 이 기자는 5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으나, 검찰은 추후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의 성명을 요약해 본다.

● 기자 본연의 소명에 충실

<검찰이 이상호 기자는 수사진행에 따라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국민적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사건의 본질은 녹취 테이프의 유통과정이 아니다. < p>

검찰이 추적하고 밝혀야 할 급선무는 검은 커넥션이 압축적으로 들어있는 도청내용과 도청행위다. 이번 사안은 엄청난 비리의혹을 취재,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공익차원의 문제제기다. 이 기자는 기자 본연의 소명을 다했을 뿐이다.>

연일 사설과 논평을 통해 주장되고 논박되는 초점은 두 갈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불법도청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 하나다. 따라서 도청으로 수집된 증거도 증거로 쓸 수 없다. 물론 인권보호를 위한 중요한 법이다. 우리 법원도 따르고 있는 이 원칙대로라면 검찰은 도청 내용을 수사할 수도, 공소할 수도 없다.

다른 하나는 불법 도청으로 취득한 정보라도 공익성이 지대할 때는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예외 이론이다. 상충하는 두 개의 법익 중 ‘공익성’과 ‘언론의 자유’를 앞세우는 것이다.

1994년의 우리 대법원은 마약 사건에서 이와 유사한 판례를 낸 있다. ‘압수 과정이 위법하더라도 물건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물건의 형상에 대한 증거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멀지만,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할 때 금과옥조처럼 받들어지는 미국 수정헌법 1조다. 2001년 5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 판결은 우리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사건은 1993년 펜실베이니아주의 라디오방송국이 익명의 제보자가 불법으로 녹음한 두 교원노조 간부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계속 방송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자유로운 발언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전화, 휴대전화, e메일 등을 도청할 수 없도록 규정한 도청금지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고 6대 3의 다수결로 판시했다.

존 스티븐스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제3자의 불법적 행위가 공공의 관심사를 밝힌 언론에 대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막을 거둘 수는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통신비밀보호에 밀리는 듯하던 언론자유와 알 권리가 싱싱하게 회복된 것이다.

이상호 기자가 폭로한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나는 비리도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YSㆍDJ정부 때 국정원에 의해 불법 도청이 장기간 자행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테이프를 틀어보니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유력 후보 이회창씨에게 거액의 삼성그룹 측 불법자금을 전달하고, 전ㆍ현직 검찰간부에게도 명절 떡값을 제공했다는 것 등이다.

두 마리 비리의 토기가 뛰고 있다. 하지만 모두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언론자유와 공익성, 정ㆍ경ㆍ언 카르텔의 비리 등을 외면하고 불법도청과 유포 부분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통신비밀을 강조함으로써, 부패비리의 진실을 덮으려 하는 것이다.

● 미 대법원도 알 권리 인정

정사(正邪)가 뒤얽힌 언론의 숲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는 것은 김승규 국정원장의 사과문이다. <진실만이 힘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를 감시하고 진실을 옹호해야 하는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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