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산업개발이 매출을 과다 계상해 2797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고백하면서 건설업체 분식회계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 단체들은 건설업체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이 드러난 만큼 건설업계의 회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떻게, 왜 하나
건설업계의 매출 과다계상은 ▦특정 사업장의 원가를 다른 사업장으로 이체 시키거나 ▦매출액의 기준이 되는 공정률을 조작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두산산업개발의 경우도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회계연도 만기 도래 시 완공을 맞게 되는 특정 건설 현장의 원가 가운데 일부를 다른 현장 프로젝트의 원가로 이체 시켜 해당 회계연도에 순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상당수 건설회사들은 공정률을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으로 매출액을 조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매출액 산정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는 것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공사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공정률에 따라 매출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 100억원 짜리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회계연도까지 20%의 공정이 이뤄지면 매출액은 20억원이 된다.
따라서 회계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회계사가 현장 공정을 정확히 파악해내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회계 허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시공능력평가나 관 공사 입찰 등의 이유로 재무건전성 제고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정률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기성 매출액이 많아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에는 공정률을 낮춰 매출액을 하향 조정하고 남은 매출을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시키기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한다.
S건설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건설업체들은 매출액을 얼마든지 늘리고 줄일 수 있다”며 “상당수 회사들이 회사 사정에 따라 공인회계사 등과 상의해 일정 범위 내에서 매출액을 조정하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고백 잇따를까
업계의 관심은 다른 건설사들도 분식회계 사실을 털어놓을 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매출액을 과다 계상한 건설사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이들 업체의 고백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H건설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매출 과다계상 문제가 관행처럼 퍼져 있는 만큼 분식회계 처벌 유예기간인 내년 말까지 회계위반 사실을 털어낼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건설 관계자는 “일부 건설회사의 분식회계 문제가 업계 전체의 관행처럼 도매급으로 평가돼선 위험하다”며 “회계 고백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투명한 건설사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은 “현실적으로 유예기간을 둬 기업 스스로 분식회계를 털게 하는 방법으로는 분식회계 관행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금감원이 보다 철저히 감시활동을 벌이고 분식회계 업체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규제가 가해질 수 있는 강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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