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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이필중 교수 "휴대폰 감청 합법화로 도청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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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이필중 교수 "휴대폰 감청 합법화로 도청 막자"

입력
200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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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감청을 합법화해 불법 도청을 막아야 합니다.”

도청 불가능한 휴대폰으로 알려진 팬택의 ‘비화(秘話)폰’을 개발한 이필중(54)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휴대폰의 합법적인 감청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9일 본지와 의 전화인터뷰에서 “휴대폰 도청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없다 보니 불법 도청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도청은 절대 해서는 안되지만 감청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며 “감청 불가능한 이동통신 장비를 허가한 것은 정보통신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우리가 개발한 비화폰은 감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하지 않은 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감청이 합법화하려면 도청이 절대 불가능한 통화보호장치가 필수”라고 전제하고 자신이 개발해 ‘비화폰’에 채택된 ‘키(Key)복구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복구 시스템이란 휴대폰 통화 시 대화 내용을 외부에서 가로채지 못하도록 복잡한 암호 키를 덧씌우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암호 키는 휴대폰에 내장된 키 복구 시스템에서 매번 통화 때 마다 자동적으로 다르게 생성된다”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설령 누군가 몰래 휴대폰 기지국에 도청장비를 설치해도 도청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감청은 암호 키를 해독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사기관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청을 할 경우 감청대상자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통째로 녹음한 뒤 암호 키를 해독해야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법 도청과 인권침해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암호 키 복구를 전담하는 별도의 키 복구기관을 둘 것을 제안했다. 키 복구기관은 정부, 사법, 민간, 통신업계 등 각 분야에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되며 이들의 감독 아래 전문가들이 전문 프로그램을 동원해 암호 키를 해독하게 된다.

이 교수는 “키 복구 시스템은 기계적인 장치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만큼 당장이라도 모든 휴대폰에 적용 할 수 있다”며 “휴대폰의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각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간단하게 키 복구 시스템을 휴대폰에 입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11월 자료로 만들어 국가정보원에서 브리핑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감청을 거론하면 시민 단체들이 싫어해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키 복구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먼저 감청 합법화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또 시시각각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도청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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