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농축산물은 물론이고 일반 생활용품을 다루는 소매유통사업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선언해 민간 경쟁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나섰다.
이연창 농협 농업경제대표이사는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장개방 확대로 우리나라 농산물 판매ㆍ유통 경로가 날로 축소되고 있다”면서 “농협의 유통 역량을 대폭 강화해 국산 농산물의 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은 2008년까지 매년 2,500억원을 투입해 현재 12개인 대형 유통매장 ‘하나로클럽’을 20개로 늘리겠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슈퍼마켓과 할인점의 중간급 규모인 슈퍼슈퍼마켓(SSM) ‘하나로마트’도 현 100개에서 23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개장할 하나로클럽 부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도시지역 위주로 하되 판교 신도시 등 앞으로 조성될 인구밀집지역이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 소매유통 사업 확대를 위해 이미 민간업체와도 손을 잡은 상태다. 농협은 5월 현대백화점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으며, 기존의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와는 별도로 본격적인 할인매장 사업을 이 백화점과 함께 벌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대표는 “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현대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을 건별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방안이 농산물 판매확대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하나로클럽은 농협중앙회가 직접 관리하되 하나로마트는 대도시에 있는 회원조합이 직접 운영토록 할 방침”이라면서 “도시조합의 중심 기능을 농업자금 조달에서 고품질 안전농산물 전문판매 쪽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 같은 유통혁신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농협의 농산물 소매 매출액이 2008년 5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 농산물 매출액(소매 기준)은 약 3조원이었다.
농협이 이처럼 소매유통확대 계획을 대대적으로 선포한데 대해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민간 경쟁업체들은 ‘운영 형태가 달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하나로클럽은 도ㆍ소매를 겸하고 있는 반면 일반 유통업체는 소매 형태로만 운영되고 있어 시장을 완전히 공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농협이 할인점 사업을 확대한다 해도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유통업계 담당자는 “서울 양재동과 창동 등 하나로클럽과 다른 대형할인매장이 맞붙어 있는 경우 벌써 심한 가격경쟁이 일어났다”면서 “새로 만들어질 하나로클럽이 다른 할인매장과 상권을 공유한다면 주도권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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