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석유_식량 프로그램의 비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비리 의혹으로 사임한 유엔 고위 관리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잇따라 사실로 확인되고 있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아들의 비리에 알려진 것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 등이 제시되고 있다.
8일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이 이끄는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제3차 조사보고서는 아난 총장에 대해 특별히 혐의를 두지는 않았지만, 9월 예정된 최종 보고서에서는 아난 총장에게 모종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희생양이 됐다”고 억울함을 주장하며 사임한 베논 세반(67) 전 사무국장은 자신과 부인 명의로 1998년 12월부터 2002년 1월까지 석유업자로부터 모두 14만7,184 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세반 전 국장은 40여년 간 유엔에서만 잔뼈가 굵은, 유엔 식량 프로그램의 실무책임자다. 2월 정직됐으나 외교면책권을 얻기 위해 연 1달러의 상징적인 봉급을 받으며 유엔 직책을 유지해왔다.
조사위원회는 또 올해 초 사임한 알렉산더 야코블레프(52) 전 유엔 조달담당관도 130만 달러에 가까운 뇌물을 상납 받았다고 밝혔다. 본인도 사기 돈세탁 등 혐의와 함께 최소 수십만 달러를 받았음을 시인했다. 야코블레프는 그에 대한 면책특권을 박탈해 달라는 미 검찰당국의 요청을 아난 총장이 수락해 미 당국에 구속됐다.
아난 총장의 비리 연루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아난 총장이 아들 코조 아난의 비리 행위에 대해 그 동안 진술했던 것 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제의 이메일은 아난 총장이 아들 코조의 석유_식량 프로그램 입찰을 도와주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의 ‘석유_식량 프로그램’은 19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던 이라크가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 구입과 석유생산시설 유지, 보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유엔 관리 아래 예외적인 석유수출을 허용한 조치로 1996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계속됐다.
총 64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추진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얽히면서 수백만~수십억 달러의 검은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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