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대법원은 우리 민법 사상 또 하나의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출가 여성들이 낸 종회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는 20세 이상 남성만을 종중원으로 인정하고 여성을 배제해온 1958년 이래의 판례를 깨는 것으로, 올 3월에 있었던 호주제 폐지 국회통과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부계ㆍ남계혈통 중심의 관습을 타파하는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다. 이와 함께 호주제 폐지가 구체화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판결은 처음 문제제기의 원인이 되었던 재산분배에 관한 논의를 원천봉쇄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딸들의 지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역사적 판결임에 분명하다.
남계혈통 위주의 가정과 관습,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와 문화가 전반적인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편으로 남성 정체성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의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남성의 무엇인가를 빼앗아 여성에게 주는 것이 아니며, 지금까지 여성이 남성보다 이류의 인간으로 차별받아 왔다고 해서 이제부터는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겠다는 선전포고가 아니다.
이렇게 쓰면 자칫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이나 불평등이 모두 해소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진정한 양성평등ㆍ부부평등을 위한 길은 아직도 멀었고 이제 결정적인 몇 가지의 걸림돌을 치운 상태에 불과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걸림돌을 치웠기에 변화의 물줄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 중대한 변화의 시대에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준비 정도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성평등이 완벽하게 구현된 사회, 부부가 평등한 가정. 이런 것들은 법과 제도 그리고 관습과 문화의 변화만으로는 이룩되지 않는다. 그 사회와 가정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평등한 세상을 누리기 위해 우리 자신 각자 그에 맞는 의식을 갖추고 행동할 자세가 되어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의미 없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권리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바르게 이해하면서 새로운 가족관과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또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아울러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자세 또한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이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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