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우정 개혁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일본 정치의 격동은 고이즈미 총리가 표방한 정치사회적 구조개혁의 진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냉전 종식과 9ㆍ11 사태 이후 국제질서의 틀이 바뀌는 격동기를 고이즈미 노선을 앞세워 적응하는 듯 하던 일본이 그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항로를 고민하는 상황을 상징한다. 객관적 입장에서는 일본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지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는 우정 개혁법안이 야당과 자민당 반대세력에 의해 저지되자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의 강수를 두었다. 자포자기한 나머지 감행한 정치적 자폭이라는 풀이까지 낳은 그의 선택은 일본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대표하는 우정공사 민영화가 고이즈미가 필생의 목표로 내세운 국가 개혁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측면이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일본 사회와 언론도 대체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고이즈미의 대내 개혁과 대외 행보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본정치의 비주류인 고이즈미는 개혁의 동력을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한 보수 우경화에서 얻으려 했다.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역할확대 등 이른바 정상국가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독도 영유권과 역사교과서 및 신사참배 등을 고리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스스로 유도했다.
포퓰리즘 비난을 무릅쓴 대내외 정책은 언뜻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전후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은 우정 개혁을 대단찮게 여기고, 공연한 분쟁으로 주변국 관계를 악화시킨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회가 고이즈미 선동 정치의 환각에서 깨어난 증거라는 풀이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의 향방은 단언할 수 없지만, 일본의 국가적 행보가 기로에 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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