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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국정원, 도청조사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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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국정원, 도청조사 졸속?

입력
200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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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김대중 정부의 도청을 발표한 데 대해 “충분한 사전 조사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청 했다는 사실 고백만 있지 근거 자료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졸속 조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고백’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증거나 증언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5일 발표에서 미림팀의 도청에 대해선 조사대상과 방법까지 곁들여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DJ정부의 도청에 대해선 “2002년 3월까지 도청이 이뤄졌다”는 고백만 있었을 뿐, 어떤 조사를 거쳐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또한 DJ정부 시절 도청이 어떤 조직의 주도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규모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때문에 국정원 안팎에서 “조사를 하긴 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DJ정부 도청 수사에 착수한 검찰부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9일 “국정원에 조사 자료를 요구하려 했더니 아무 조사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며 “그렇게 큰 발표를 하면서 정교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다니 의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구체적 증거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면 검찰 수사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국정원이 조사를 제대로 안 한 것인지, 해놓고 협조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DJ정부 시절 도청관련 부서에 있었던 전직 간부를 조사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2년 3월 폐지될 때까지 2년6개월간 과학보안국 부국장을 지낸 K씨는 “관련조사를 전혀 받지 않았다”며 “현직에 남아있는 직원도 그다지 강한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안을 발표하려면 당시 책임자급을 조사하는 게 기초적 작업인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DJ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음모설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전직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측에서 먼저 문제제기를 해 국정원이 충분한 조사도 하지않고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는 의혹까지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당시 감청 업무를 담당했던 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 확인해서 발표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다만 국정원은 “퇴직 직원에 대한 강제 수사권이 없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검찰에도 조사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상황이나 “투명한 처리를 위해 구체적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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