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자진 사퇴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빠진 대북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회장과 전화 통화한 한 지인은 9일 “김 부회장이 이미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는 “현대그룹이 부회장 직은 유지하면서 대북사업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대단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알려진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ㆍ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에 이어 김 부회장을 내세우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대북사업이 사실상 현정은 회장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이 대북사업에서 빠지더라도 현 회장이 지난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대북사업의 새로운 수장(首長)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만큼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금강산은 정몽헌 회장에게 줬는데, 백두산은 현 회장에게 줄 테니 잘 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3월 현대아산 대표이사로 취임한 윤만준 사장을 내세워 대북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사업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선 데다 백두산과 개성 관광도 큰 그림이 그려져 있어 설사 김 부회장이 빠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사업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북사업의 핵심은 무엇보다 양측간 신뢰관계에서 출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무적으로 해결하는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 부회장은 1989년 정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해 금강산관광 의정서를 맺을 당시 수행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북한 김 위원장과 4차례 만나는 등 15년 이상 북측과 신뢰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북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김 부회장이 큰 역할을 했으며 당시 현대측이 윤 사장을 대동할 계획이었으나 김 위원장이 김 부회장이 반드시 참석하도록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에서 김 부회장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또 다른 대북사업 전문가는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이 한번 만났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일사천리는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사업은 한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고 남북 긴장완화와 교류 확대에 기여해온 사업인 만큼 현대그룹이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해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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