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도 불법도청을 했다는 국정원 발표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측 반응이 하루가 다르게 격앙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8일 “그냥 터져 나온 사건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DJ측은 오히려 더 냉랭해졌다. 급기야 9일에는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모독이나 음모공작은 우리가 당했다”는 얘기를 했다.
바로 전날 노 대통령이 ‘DJ죽이기 음모론’에 대해 “그런 의혹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한 대목을 정면으로 되받아친 것이다. 최 비서관은 DJ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란 질문에도 “졸지에 가해자가 됐는데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비서관의 가시 돋친 발언은 DJ의 불쾌함을 단편적으로 전하며 자제하던 전날과 전혀 다르다. 주변에서는 “최 비서관의 노골적인 불만표시는 그만큼 DJ도 격앙돼 있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발끈한 것은 국정원이 DJ정부도 미림팀 같은 조직적 도청공작을 한 것처럼 발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 정보위의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조차 “국정원 발표에는 DJ 정부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했다는 최소한의 사실파악도 없다”며 “국정원 발표와는 달리 국정원 직원들은 어이없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DJ정부의 도청이란 게 합법적인 감청을 하다가 다른 것들이 같이 걸려나온 수준”이라며 “검찰이 수사해도 나오는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DJ측의 반발에 놀란 쪽은 청와대와 우리당이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본말이 전도됐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게 당연하다”고 이해를 표시했다. 당내에선 “대북송금 특검으로 서먹해진 DJ와 노 대통령의 관계가 이번에 완전히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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