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와 DVD 플레이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영상기기가 집안 거실을 점령하면서 25년 이상 가정용 영상 녹화장치로 군림해온 비디오테이프레코더(VCR)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수평 해상도가 250선에 불과한 VHS 비디오의 규격으로는 480선(DVD), 1,080선(HD방송)에 이르는 고화질 디지털 영상을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인데, 그 대안이 바로 디지털 비디오레코더(DVR)다. DVR은 기존의 덩치 큰 VHS 비디오 대신 DVD나 내장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같은 매체에 대용량의 디지털 비디오를 압축ㆍ저장할 수 있다.
DVR의 장점
공중파 디지털TV 방송의 경우 일반 VCR로 녹화하면 비디오테이프 수준의 화질 밖에는 얻지 못하지만, DVR을 이용해 녹화하면 본래의 디지털 고화질 영상을 있는 그대로 저장해 재현할 수 있다. 일반 TV나 케이블 방송을 녹화할 때도 DVR의 화질이 훨씬 낫다. DVR은 아날로그 방송에 담겨 있는 내용을 모두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반영구적인 디지털 매체에 기록하기 때문에 영상 데이터의 왜곡이 거의 없다. 반면 기존의 VCR은 TV의 영상 신호를 VHS 규격으로 한 단계 낮춰 저장하므로 화질 저하 현상이 발생한다. 또 비디오테이프 자체가 아날로그 매체이기 때문에 여러 번 읽고 쓰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화질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요즘 출시되는 DVR 제품은 HDD를 내장하고 있어 빈 비디오테이프를 미리 넣어 놓을 필요가 없다. 방송 시간만 입력해 놓으면 자동으로 녹화가 개시된다. 100기가바이트(GB) 용량에 150시간 이상의 방송을 저장할 수 있고, 테이프를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원하는 내용을 즉시 불러내 볼 수 있다. 따라서 수능 과외 방송처럼 장기간 녹화한 내용을 훑어 보기에 적합하다. DVD 미디어에 영상을 저장할 경우 일반 방송 기준으로 최대 5시간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 DVD 미디어의 가격은 장당 1,000원 내외로, 2시간 짜리 비디오테이프와 비교하면 10분의 1 가격이다.
제품 종류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HDD 내장형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형 DVR ‘SV-HR7500’은 TV 방송은 물론 캠코더와 VCR 등에서 입력 받은 영상을 HDD나 DVD에 저장한다. 160GB의 HDD에 272시간, 4.7GB 용량의 DVD 한 장에는 최대 8시간의 영상을 담을 수 있다. HDD에 담긴 내용은 DVD로, 반대로 DVD의 내용을 HDD로 옮길 수 있다. 삼성전자측은 “나중에 녹화 내용을 쉽게 건너뛰어 찾아 볼 수 있도록 녹화 중 자동 챕터 형성 기능도 갖췄다”고 말했다. 가격은 60만원대 중반.
지난달 출시된 LG전자의 ‘RH-7624’도 160GB의 대용량 HDD와 DVD 레코더를 내장했으며 TV 방송 및 외부입력 영상을 HDD에 최대 220시간, 8.5GB 용량의 DVD에 최대 11시간동안 저장할 수 있다. HDD와 DVD간 양방향 고속복사도 가능하다. LG전자측은 “현재 방송을 녹화하면서 10분~20분전 내용부터 다시 돌려볼 수 있는 ‘타임 시프트’(Time Shift) 기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60만원선.
이밖에 필립스와 JVC, 파이오니어 등 외산 업체도 DVD 레코딩 전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HDD를 이용한 대량 녹화 기능이 없는 대신 가격이 30만~5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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