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이 ‘삼순이’ 특수를 타고 있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이 이미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개명에 대해 적극적 허가 방침을 밝힌데다, 주인공이 개명하려는 내용을 다룬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바람까지 겹쳐 방학을 맞은 학생은 물론 일반시민의 개명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9일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따르면 8월 들어서만 개명 신청이 320여건이나 접수됐다. 7월까지 접수된 개명신청 건수도 3,3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83건)에 비해 630건이나 늘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3,000~4,000건, 지난해 4,387건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수치다.
개명 허가율도 2001년 69%였다가 2003년 89%, 지난해부터는 평균 9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96.3%) 3월(94.3%) 6월(90.0%)의 개명허가율도 전국 평균(80~85%)보다 훨씬 높다.
부산지법 가정지원 관계자는“학생은 물론 일반 민원인들의 개명허가 신청이 배 이상 늘어나 요즘은 식사할 시간과 화장실 갈 틈도 없을 정도”라며 “최근 드라마 열풍과 맞물려‘부산에 가면 개명이 잘 된다더라’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민원인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 훨씬 많다”고 전하며“그러나 부산지법에 개명 신청을 하려면 부산에 주소 또는 본적지를 두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지법에 몰려들고 있는 개명 러시는 전임 홍광식 가정지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고려해 불법행위가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개명을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법원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올해 2월 부임한 권오봉 지원장도 개명 신청자 가운데 한번 정정 허가를 받았거나 전과자 신용불량자 개인파산자 등 이른바 ‘이름 세탁’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아니라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최대한 존중해 빠르면 1개월에서 2개월 내로 개명을 허가해 주도록 지침을 내렸다.
개명 신청 이유도 다양하다. 주로 학교나 직장에서 이름으로 놀림을 당하는 ‘놀림형’이 가장 많았다. 아들 자(子) 자로 끝나는 일본식 이름을 바꾸려는‘일본형’, 철학관 등지에서 지은 이름이 사주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개명하려는 ‘성명 철학형’도 많다는 것이 법원측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름 때문에 불편을 겪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당연히 고쳐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다만 엉뚱한 사유를 들거나 막무가내식 등으로 이름을 바꿔달라는 요구는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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