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어린 시절 소꿉동무들과 놀이를 하며 부르던 이 노래들이 실은 우리나라 전래 동요가 아니라 일본 동요를 가사만 바꾼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큐멘터리 전문 히스토리채널은 이처럼 일상 생활과 문화 속에 깊숙이 뿌리 박혀있는 일제시대 잔재를 집중 조명한 광복60주년 특집 ‘일제 문화 잔재 60년’을 15일부터 4주간 월요일 오후 8시에 방송한다. 총 10부작으로 올해는 음악과 건축, 미술, 생활 문화를 다루고, 내년에 언어 디자인 언론 등 분야의 일제 잔재를 파헤친 6부작을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다.
일제는 ‘내선일체’라는 미명 하에 조선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문화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최전선은 초등학교 음악 수업.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창가, 일본 전래 동요들이 교과서를 파고 들었다. 1부 ‘우리가 부르는 황국의 노래’는 요즘 아이들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노래와 율동 속에 남은 일제 잔재를 알아본다.
또 당시 일제가 초등학교 음악 교육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으며, 일제의 문화 침략 정책이 그 후 우리 음악사, 특히 대중 가요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22일 방송하는 2부 ‘남산의 야스쿠니’에서는 왕권을 흠집내기 위해 자행된 궁궐 훼손부터 수탈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방 건축물까지 건축 분야의 일제 잔재들을 소개한다. 이런 잔재들은 놓고 벌어진 철거 - 보존 논쟁을 통해 진정한 역사 청산의 해법을 찾아본다.
최근 정부가 지정한 72점의 표준 영정 가운데 22%인 16개가 친일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29일 방송되는 3부 ‘황군을 위하여’에서는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된 근대 미술사를 짚어보고, 친일 화가들의 작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를 알아본다.
4부 ‘우리 안의 황국’(9월5일 방송)에서는 우리 생활문화 속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일제 잔재들을 추적한다. 생활 용어에서 전문 용어, 학술 용어에 이르기까지 일본 말에 점령 당한 현실 등을 고발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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