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아내는 다른 과일에 대해서는 까다롭지 않는데 복숭아는 무척 까다롭게 고른다. 참외나 수박이나 자두는 주인이 골라주는 대로 받아 오는데 복숭아는 황도 백도 천도 수밀도는 종류별로 이렇게 비교해 보고 저렇게 비교해 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복숭아를 까다롭게 고른다는 걸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옆에 있는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20여년 전 그녀의 집에 처음 갔을 때 마당 가에 커다란 복숭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나무에 주먹만한 복숭아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보통 복숭아 나무는 울안에 잘 심지 않는데, 그런 걸 가리지 않는 장인이 여름 과일 중 유독 복숭아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아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심은 나무라고 했다.
그 복숭아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여름마다 여남은 개씩 서울로 올라오곤 했다. 내 입엔 다른 복숭아와 별 차이가 없었는데 아내는 시장에 가면 그 복숭아와 빛깔도 맛도 비슷한 것을 찾아 이 복숭아 저 복숭아를 만진다. 원래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과일은 어린 날 자기집 마당 가에서 내 손으로 따 먹은 과일인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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