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폐지법률’이 지난 4일자로 발효됐다. 이로써 4반세기 동안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이 있던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고, 청송보호감호소도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사회보호법은 1980년 신군부가 급조한 헌법 파괴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졌다.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특히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는 법률에서 정한 형벌을 모두 마친 이들에 대한 이중처벌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범죄자를 양산해내는 반문명적이고 야만적인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보호감호제는 재범을 줄이고 사회적 재활을 모색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피감호자들의 사회적 유대를 끊게 하고 사회적 적응력을 저하시켜 왔다.
●기존 피감호자엔 계속 집행
사회보호법이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온 것은 범죄자들에 대한 지독한 사회적 편견과 중벌주의에 대한 맹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이제 보호감호제는 폐지됐지만 그 폐해는 미처 제거되지 않았다.
현재 청송제3교도소로 이름이 바뀐 옛 보호감호소에 수용 중인 피감호자들에 대한 감호가 병과된 채 징역형을 사는 수형자들에 대한 감호 집행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법은 폐지되었지만 앞으로 최소 10년 정도 보호감호가 사실상 존치되는 기형적인 상태가 초래된다.
한편, 보호감호제가 폐지됨에 따라 대체입법 형태로 남게 된 ‘치료감호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 동안 시민사회와 의료계, 법조계는 보호감호뿐만 아니라 사회보호법에 함께 규정되어 있던 치료감호제도의 반인권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제정된 약칭 ‘치료감호법안’은 치료감호의 상한 기한을 15년으로 정하여 사실상 부정기형의 틀을 유지하고 있고, 치료감호 대상자들을 공주치료감호소에 그대로 집단수용함으로써 ‘전문성이 강화된 분리수용’ 요구를 묵살하였다. 또 감호 종료를 결정하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를 계속 법무부에 둠으로써 사법적 심사와 민간의 참여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이는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치료하기보다는 가두어 둠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으로 정신보건 행정의 세계적인 추세에도 어울리지 않는 조치이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벌을 받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법률이 정한 형벌을 마치고 다시 사회로 돌아와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역시 당연한 일이다.
이 땅에서 전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혹하기만 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 사회보호법 폐지로 우리나라는 분명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행형제도 전면적 개혁 시급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행형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수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행형법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행형 당국인 검찰과 법무부 교정국의 인권 감수성 강화도 필수적이다. 요컨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복귀를 꿈꾸는 이들을 향한 사회와 이웃의 따뜻한 시선일 것이다.
장유식 변호사ㆍ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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