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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아이들 눈에도 철없어 보이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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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아이들 눈에도 철없어 보이던 선생님

입력
2005.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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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중에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고 참외와 배는 깎아 먹어야 한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복숭아, 자두, 토마토, 사과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도 요즘엔 씻는 것만으로는 불안해 껍질을 깎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어릴 때 나는 사과를 단 한 번도 깎아 먹어본 적이 없다. 남자든 여자든 우리 동네 아이들 모두 그랬다. 그 때는 농약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산골 학교로 전근 온 한 여선생님은 아이들이 주는 자두와 사과를 작은 주머니칼로 깎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엄하고도 불경스럽게 ‘저 여자, 우리 앞에서까지 꼭 저렇게 티를 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식성이 깔끔해 자두를 깎아 먹고 사과를 깎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나는 너희들과도 다르고 여기 선생님들과도 달라, 하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보통 삼사년 있어야 전근을 가는데, 그 여선생은 일년 만에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전근을 갔다. 그런 것이 우리에겐 상처라는 것도 모르던 선생이었다. 시장에 난 파란 아오리 사과를 보면 지금도 나는 어린 내 눈에도 철없어 보이던 그 여선생 생각이 난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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