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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귀국한 힐 매파 설득 '안방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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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귀국한 힐 매파 설득 '안방문제'

입력
2005.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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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가 7일 숙제를 안고 워싱턴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13일 동안 힐 차관보는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으로부터 핵 폐기를 끌어내기 위한 힘겨운 과제에 매달렸다.

그 노력이 결실을 얻지 못하고 3주간의 숨고르기 시간을 갖기로 한 지금 어쩌면 북한 보다 더 다루기 힘든 상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 내부의 6자 회담 회의론자들을 상대로 왜 북한과의 협상이 더 필요한가를 설득하고 북한 핵 폐기 목표에 끝이 보인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은 앞으로 3주간 힐 차관보가 매달려야 할 우선 과제일 수 있다.

의회는 여름 휴회 중이어서 회담이 이 달 말 재개한다면 그는 청문회의 증언석에서 의원들의 호된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북 강경론의 고삐를 풀고 일단은 힐 차관보의 활동을 지켜 봐온 매파들은 그에게 회담 휴회에 대한 보다 명확한 답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힐 차관보에게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13일간의 긴 협상을 통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외교적 해결 노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대북 협상의 재량권을 부여 받은 그에게는 작지 않은 회담의 성과였다.

회담의 고비마다 대북 강경파의 끊임없는 견제에 시달렸던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와는 달리 힐 차관보는 보다 탄력적으로 북한과의 양자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북한의 경직된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회담 첫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체어맨’이라고 부른 것은 그의 유연한 사고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힐 차관보도 북한 핵 문제에 내재된 본질적 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입장차는 향후 회담의 최종 결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일 여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북한이 경수로 지원을 끝까지 공동문서에 담으려고 했던 점은 이미 대북 경수로 지원에 사형선고를 내린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본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매파들의 대북 강경론을 부채질할 위험을 안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외교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당장 강경파들이 대북 협상의 제동을 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경우 다시 매파들의 입김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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