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미림팀이 만든 274개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 여부에 대해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비공개할 것은 비공개하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테이프 자료의 공개ㆍ비공개, 자료 관리와 보존ㆍ폐기 문제 등에 대해서는 특별법이 정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테이프 내용을 선별해서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로, 특별법 제정을 통한 테이프 공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야당 등의 주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테이프에는 처벌을 위한 수사 대상이 되는 것,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대상이 되는 것, 사생활 보호의 대상으로 묻어둬야 할 것 등이 엉켜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공개대상에서 사생활 부분을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도청은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에 가해지는 조직적 범죄로 정ㆍ경ㆍ언 유착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며 “정경유착 문제를 덮자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의 불법인 도청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 재발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도청 여부에 대해 “(국정원이) 자체 조사하고 있고, 검찰도 조사하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참여정부의 도청 여부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검찰 조사를 보고 의혹이 있으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에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도청 사실 공개를 지시한 배경에 대해 “아무런 음모도 없고, 정치적 의도도 없다”며 “대통령이지만 내가 모르는 진실을 그냥 파헤치지 않을 순 있지만, 터져나와 버린 진실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 도입 추진에 대해 “정부 조직을 무력화시키는 데 동의할 수 없으며 의심스러운 단서가 있을 때 특검을 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특검 대상이 도청 사건인지 도청 내용인지 특정돼 있지도 않고, 테이프 내용의 사건이 몇 건인지도 모르는 점도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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