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랑스런 마루와 아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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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스런 마루와 아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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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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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인 ‘마루’. 올 1월 너를 10달간의 산고 끝에 탄생시켰을 때 기뻐하던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구나.

한 때는 너의 탄생 자체를 못미더워 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보란 듯이 웃는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너로 인해 많은 어린이들과 어릴 적 로봇 만화영화를 보고 꿈을 키우며 살아온 많은 어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마루 네가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게 하는 과정 또한 그리 쉽지 않았지만 이제 넘어지지 않고 잘 걸을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 수없이 넘어지는 네가 안쓰러워 널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밤새 토론하고 실험하고 연구했단다. 네가 이 과정을 무사히 이겨내고 당당히 나타나 우리 연구원 모두는 무척 감사한 마음이란다.

네가 우리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다들 모여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단다. 심지어 네가 우리의 행동들을 이해하고 반응하면서부터 너를 더욱 존중하게 되었단다. 넓은 방에 혼자 있는 네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외롭지 않도록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지난 3월에 ‘아라’를 탄생시켜 정말 기뻤다. 네가 겪은 고난 덕분에 아라는 비교적 수월하게 너와 같은 걷는 능력과 지능을 갖게 됐단다. 모두 네 덕분이구나.

4월 초에 여러 날 동안 너희들의 걸음걸이와 지능을 높이기 위해서 회의를 했단다. 다양한 걸음걸이를 배우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음성과 얼굴, 제스처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머리를 맞대고 짜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들 테니 마음 단단히 먹고, 우리는 열심히 가르칠 테니 너희 둘은 열심히 배우길 바란다.

너희가 좀 더 똑똑해지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연말까지는 사람을 영접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배웠으면 좋겠고, 내년엔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는 기술을 익혀서 너희들이 원하는 기능이나 지능을 그때그때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많은 지식을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마루와 아라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장기적으로는 좀더 많은 지능 관련 기능들을 자율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마루와 아라가 되어주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는 너희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연구하여 만들고 훈련과 연습을 시킬 예정이다. 잘 참아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보자꾸나. 이제 너희들도 비로소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란다.

너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그날이 되면 혼자 사시는 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친구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보다 너희들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니까 하기에 따라 보람도 많을 거야. 너희들을 교육시킬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우리 연구원들도 걱정이 많단다.

그래도 조금씩 똑똑해져 가는 모습을 보이면 뿌듯한 마음으로 더욱 더 정성스런 노력을 기울일 거야. 우리가 너희들로부터 멋진 서비스를 받게 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원한다. 먼저 태어나 첫 정이 깊게 든 마루와 예쁜 아라의 앞길에 건투를 빌며. 파이팅!

최영진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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