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0시30분 대구 북구 복현동의 한 PC방. 3일 오후 9시에 들어온 이모(28ㆍ무직)씨는 50시간째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다.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던 이씨는 갑자기 앞으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달려와 병원으로 옮겼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경찰은 이씨의 사인을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이씨는 게임을 하는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였다. 지난달 초에는 게임을 하느라 자주 결근하는 바람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쫓겨날 정도로 심각했던 게임 중독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취미나 여가생활로만 여겨져 온 게임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신종 게임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 서석동의 한 PC방에서 8시간 넘게 게임을 하던 배모(29)씨는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식사를 거르고 장시간 게임을 한 데 따른 탈수 현상. 배씨도 일정한 주거 없이 밤이면 PC방을 전전해 온 게임 중독자였다.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의원 김현수 원장은 “게임에 중독되면 과도한 각성과 집중 상태에서 고정된 자세로 오래 동안 앉아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장시간 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코노미 증후군’처럼 혈액이 응고돼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음료를 마시지도 않고 담배를 심하게 피우면서 게임을 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시각이나 청각 등 특정 신경계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탓에 생리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과로 상태로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
게임 중독은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에 중독돼 음식도 먹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면 시력저하,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질 허약, 근골격계 이상 등 심각한 비정상적 발육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은 통제력이 약해 게임에 몰두하면서 가정과 학업에서 더욱 멀어지고, 심하면 현실 세계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위정현(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통제력 차이 때문에 발생하지만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연속성을 갖도록 만들어져 강한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며 “담뱃갑에 담배의 해악성을 표시하는 것처럼 게임의 부정적인 효과를 게임 초기 화면에 설명해 주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이 자동 중단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 게임 중독 증세 자기 진단표
1. 꼭 해야 할 일이 없으면 거의 모든 시간을 게임 하는 데 보낸다
2.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데도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3. 게임을 한 이후로 해야 할 일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건망증이 늘었다
4.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
5. 게임 때문에 시험을 망친 적이 있다
6. 게임을 통해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7. 게임을 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8. 컴퓨터를 켠 후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한다
9. 게임을 하지 못할 때면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다
10. 게임을 하는 것 때문에 가족들과 다툰 적이 있다
11. 게임 때문에 밤을 새운 적이 많다
12. 게임을 하는 도중 주인공이 다치거나 죽으면 마치 내가 그런 느낌이 든다
13. 게임을 하다가 고함을 치는 경우가 많다
14. 내가 현실생활보다는 게임에서 더 유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15. 게임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도 번번이 실패한다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10~15개일 경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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