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회의 때면 시를 읽어주고, 한 달에 한 권씩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최고경영자(CEO).’
중견 건설업체인 우림건설의 심영섭(49) 사장은 주변의 지인과 임직원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독특한 문화경영으로 잘 알려진 CEO다. 심 사장은 1996년부터 매월 책 1권을 골라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물을 하고 있다. 책을 선물한다고 해서 그냥 책을 주고 마는 것이 아니다.
편지지 3~5장 분량에 직접 책을 읽고 느낀 감상문을 써서 보낸다. 자신이 책을 읽으며 느낀 생각이나 경영지침을 곁들여 상대방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심 사장의 독특한 문화 경영에는 그만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심 사장은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 퍼져있어 직원들 얼굴을 자주 보기가 힘들다”며 “최고경영자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데 책 만큼 적합한 것도 없을 것 같아 ‘독서 경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무가 거칠고 힘들기로 알려진 건설업계에서 직원들이 좀 더 섬세하고 문화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역시 책 밖에 없다는 것이 심 사장의 지론이다.
심 사장은 “학창 시절, 내가 읽고 감동을 받았던 책을 동네 친구에게 읽어주면서 큰 재미를 느낀 적이 있다”며 “과거의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나눔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원광고교 재학시절 문예부장을 도맡아 지낼 만큼 문학적 감성이 남달리 풍부했던 점도 심 사장의 문화ㆍ감성 경영과 결코 무관치 않다.
심 사장은 또 주간ㆍ월간 정례회의 때마다 시 낭송 시간을 가져 임직원들이 삭막한 업무를 보는 가운데서도 문화적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심 사장의 문화 경영을 접했던 직원들은 처음에는 사장이 시를 읽어주는 모습이 어색해 어쩔줄 몰라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 직원은 “사장님이 월례 조회나 간부 회의 때마다 시를 낭송하고 독서감상문을 발표하시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CEO의 감성 경영이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책 나눔 캠페인에서 시작된 심 사장의 문화 경영은 부서별 문화활동 지원과 각종 공연 지원 등으로 확대됐다. 우림건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0년 동안 130차례의 문화강좌를 실시했다. 시인 김용택, 드럼 연주자 김대환, 난타 기획자 송승환 등이 강사로 다녀갔다.
우림건설이 지난해 시공능력 순위 88위에서 올해 32위로 크게 뛰어오른 것도 이 같은 심 사장의 ‘나눔과 문화 경영’의 결실이라고 직원들은 믿고 있다.
심 사장은 “문화 경영은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며 “조직문화가 부드럽게 바뀌고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화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경영 목표”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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