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권위주의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 김대중 정부마저 불법 도청을 했다는 사실은 국정원이나 정권에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재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불법도청 방지는 물론 조직과 역할에 이르기까지 쇄신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은 일단 “특별히 쇄신이나 개편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 흐름이나 여론에 예민하면서도 조심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불법 도청 근원적 차단
여야 모두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불법 도청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이미 국정원법에는 불법 도청이 금지돼 있지만 관계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권력이 악용하면서 문제가 재발됐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따라서 불법 도청의 근절은 정보기관이나 권력에 맡기지 말고 감시강화 등 제도적 제어장치로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의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도 “현재 감청은 법원의 영장이나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국회에서 국정원이 실시한 감청의 내역을 조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외부 규제나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내부의 규제장치도 두자고 주장한다. 김정훈 의원은 국정원 불법에 대한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 투명성 확보
국정원이 미림팀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폐쇄적인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예산과 활동에 대해 국회에 포괄적으로 보고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국가기밀’을 이유로 접근을 거부해 왔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당 정의용,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보안과 기밀 유지를 전제로 정보위에서 국정원의 예산집행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고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예산을 일반에 공개하는 정보기관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정보위에서 제한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한 방법이지만, 세목까지 공개하는 것은 문제있다”고 지적했다.
■ 조직·기능 재편론
조직과 기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국정원 해체론을 제기했고,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해체 후 해외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의 설립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몇 년간 실적이 전혀 없는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권영세 의원은 “타깃이 되고있는 국내 파트도 테러, 체제전복 세력, 산업스파이 등 국익을 위한 부분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도청이 중지된 데다 참여정부 들어 해외산업정보 수집 등에 초점을 맞춰 이미 개편을 했다”면서 “현재까지 검토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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