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으로 상처를 입은 두산그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용오 전 회장측의 투서로 검찰의 본격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회장측의 2차 폭로설이 제기되는 등 형제간 갈등이 전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재계와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두산가(家)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4일 열린 고 박두병 초대 회장 32주기 추도식에 박 전 회장과 두 아들 경원(전신전자 대표), 중원(전 두산산업개발 상무)씨가 모두 불참했다.
당시 기일을 앞두고 ‘맏형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과 차남인 박 전 회장이 극비리에 회동해 화해를 모색했다’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아버지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양측간 화해 분위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명예회장이 박 전 회장을 집안에서 퇴출 시키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박 전 회장측이 동생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폭로해 형제간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화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이 박용성 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룹 회장을 10년 가까이 맡아 회사 살림이나 내부 사정을 소상히 꿰뚫고 있는 박 전 회장이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 측은 “그 동안 경영활동을 하면서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한 적이 없어 검찰이 수사를 하든 추가 폭로를 하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추가 폭로가 나올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두산그룹 전체가 여론의 집중타를 맞아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게 두산그룹 내의 시각이다.
또 이 달 중순부터 본격 시작될 검찰 수사도 두산그룹으로선 큰 걱정이다. 수사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측은 박용성 회장 등의 검찰 출두에 대비해 과거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적이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는 등 사전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명예회장과 박 회장 등이 박 전 회장의 명예회복 등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면서 화해의 손짓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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