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까지 이어진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사실에 대해 검찰이 수사 범위를 전면 확대키로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공소시효는 차치하고라도 물증이 많지 않다는 게 검찰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5일 국정원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도청 자료를 대부분 소각했고 2002년 3월 불법 도청을 전면 중단하면서 도청 장비도 모두 폐기했다.
때문에 관련자들의 입을 어떻게 여느냐가 검찰 수사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국정원 조사에서처럼 관련자들이 “모든 걸 안고 가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검찰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도청을 지시한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은 국정원 조사에서 ‘윗선’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관계자들도 “합법 감청과 불법 도청이 뒤섞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함구했다.
청와대는 “진상규명에 협조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며 관련자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른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적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당시 권력의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누렸을 도청의 핵심 인물들이 단지 자신의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해 윗선을 까발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플리바게닝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다. 김승규 국정원장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뻔히 예견된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가 의문이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내부 관계자의 도움 없이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검찰은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와 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제기한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대신 국정원의 수사협조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고 국정원이 수용 의사를 밝힌 마당에 압수수색을 하지 않을 경우 ‘수사의지 부족’으로 비칠 수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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