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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DJ-미테랑 정권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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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DJ-미테랑 정권 '닮은 꼴'

입력
200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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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단절을 표방하는 정권도 쉽게 도감청의 유혹에 빠진다는 점, 그리고 이 같은 불법행위는 반드시 사법처리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훈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1996년 사망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집권 당시(81~95년) 광범위하게 자행된 불법도청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미테랑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엘리제궁 도청사건’ ‘프랑스판 워터게이트’ 등으로 불리는 이 도청파문은 지난해 11월 발생 20여년 만에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12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 가운데는 미테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질 메나주(62), 도청팀 책임자였던 크리스티앙 프루토(61), 당시 로랑 파비우스 총리의 비서실장이던 루이 슈웨체르(63) 등 실세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사건은 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미테랑 사회당 정권 하에서 자행됐다는 점, 비판적 인사를 감시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도청이 이뤄졌다는 점, 차기 정권에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우리의 경우와 흡사하다.

미테랑 대통령은 집권 다음해인 82년 파리 시내의 한 유대인 식당에서 폭발사건이 터지자 엘리제궁 내에 대통령 직속의 테러대책반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테러대책반은 실제는 미테랑 대통령의 정적들을 감시하고 대통령의 사생활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도청이 주 임무였다.

83~86년 4년간 비판적 언론인과 정치인, 변호사, 작가, 배우 등 150명을 대상으로 모두 3,000회 이상의 전화도청이 자행됐다. ‘미모의 여성과 밀회를 즐겼던 미테랑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 ‘그린피스 소속 선박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가 85년 뉴질랜드 근해에서 프랑스 특공대의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등의 통화내역이 도청팀에 감청돼 그대로 미테랑 대통령에 보고됐다. 르 몽드지는 미테랑 대통령이 공적, 사적으로 자신과 얽혀있는 인물들을 얼마나 철저히 감시했는 지를 97년 공개한 도청보고서에서 전하고 있다.

미테랑 대통령은 93년 도청사건이 폭로될 당시 이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대책반장이었던 프루토의 파리 근교 차고에서 도청과 관련된 녹취서류 등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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