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 메탈 바탕 위에 찍힌 푸른 점들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수백개의 두터운 점들은 웅숭깊은 공간감 속에서 제각기 힘을 발한다. 프랑스에서 38년간 단색 회화 작업을 해 온 김기린(69) 작가가 10일~23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3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김작가는 1961년 프랑스에서 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하다 교수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그림이어야 하오. 그림이 철학이 되어선안돼. 프랑스 학자 메를로퐁티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읽은 후‘안과 밖’에 대해 일관되게 탐구해오긴 했지만 회화로서였지 철학으로서는 아니었다오.”70년부터 80년까지 흰색과 검정색의 단색 작업에집중했다.
색깔로 취급되지도 않는 검정과 흰색에 말리고 덧칠하기를 수십 차례. 검정이 빛을 반사하고 흰색이 빛을 흡수하는, 초월적 논리로‘그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같은 색이지만 점 위에 반복해서 몇 번씩찍힌 점들은 마치 다른 색처럼 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곳은 물론 안 보이는 곳까지 세밀한 작업을 해야했다.
그래서 붙여진 시리즈 제목이‘안과 밖’이다.
80년부터는색작업을 했다. 역시 단색이었지만 노랑, 빨강, 파랑 등의 밝은 색을 썼다. “환상적이더라고요. 환희, 뭐 그런 느낌이었죠.”이번 전시회에는 2000년부터 시도한또다른 작품들이 내걸린다. 안작업을 없애고 눈에 보이는 곳으로만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래서 제목이‘밖으로’다. “하하, 이 시대를 반영한 작업이오. 요즘은 ‘안’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잖아.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지. 그래서 나도 밑바탕은 그냥 금속 스프레이로 뿌려 버렸소. 그리고 점들만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했죠. 눈에 보이는 곳만 말이요.”
150~200호짜리 은색바탕위에 찍힌 파란색과 핑크색의 점들은 금속성재질감 덕분인지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확실히 단색회화작업과는 느낌이 틀렸다.
이번 전시회는 그에게 특별하다. 공간 위에 걸리는 그림이 아니라그공간에 맞춰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1월에 맞춤작업을 위해 갤러리를 둘러보고는 6개월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내 그림에는 율동이 있어요. 한 번 보실라우? 나두 모르게 점들이 춤을 춰. 신기하게 말이죠.” 그는 2007년이면 그림 그린 지 딱 45년이 된다.이제부터는 정리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2007년에는 프랑스에서 처음 그린 그림부터 전부 다 모아 ‘정리전’을 할까 해요. 젊은이들 따라가긴 틀렸고 지금까지 해 온‘내 세계’로 마무리 지어야죠.
이 살아있는 점들로 말이오.” (02)734-7555.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