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것은 1,000장, 전시는 30여장, 그나마 촬영이나 언론보도는 일절 금지.
프랑스의 세계적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59ㆍ사진)의 ‘하늘에서 본 지구, 하늘에서 본 DMZ, 2005 경기도 전시회’가 10일부터 9월 11일까지 경기도가 주최하는 세계평화축전 행사의 하나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분단 후 55년만에 처음으로 하늘에서 본 DMZ의 모습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판문점, 대성동마을, 파로호의 전경 등 베르트랑이 찍은 사진들은 180×120㎝ 초대형으로 인화해 전시되며 야간에는 조명을 밝혀 DMZ의 비경과 긴장을 한껏 돋보이게 할 전망이다. 전시에는 베르트랑이 전 세계의 하늘에서 찍은 지구 사진 5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하지만 베르트랑이 촬영한 1,000여 컷의 DMZ 사진 중에서 단 30여장만 골라내는 국방부의 엄격한 검열을 거쳤으면서도 그나마 전시되는 사진의 언론보도나 촬영, 프린트를 금지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작가도 여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베르트랑의 사진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DMZ 비행을 허가한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예술작품을 너무 엄격하게 검열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고 말했다.
베르트랑은 국방부와 유엔사군사정전위(UNCMAC) 등 군 당국과 경기도의 협조 아래 3월과 6월 두 차례 DMZ 상공에서 항공촬영을 했다.
군은 처음에는 북한에 아군 초소 및 철책선의 지형지물이 공개된다며 전시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검열과 보도 금지, 사진 제목을 따로 달지 않는 조건으로 허가했다.
베르트랑은 하늘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추상회화 같은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가. 1995년부터 열기구나 비행기를 타고 150여개국에서 촬영했다. 2000년 파리 전시를 시작으로 60여개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6,000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국내에서도 출간된 사진집 ‘하늘에서 본 지구’는 400만권이나 팔렸다.
올해 프랑스 피가로 지는 그를 ‘지구를 구하는 10인의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베르트랑은 DMZ에 이어 서울, 독도와 금강산, 백두산 등 북한 지역도 촬영할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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