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권 때도 불법도청을 했다는 국정원 발표가 나온 뒤 정치권이 더 시끄러워졌다. 한나라당은 7일 참여정부도 못 믿겠다고 나섰고 민주당 역시 여권의 DJ죽이기라며 정치적 음모론으로 되받아쳤다. 열린우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격렬히 맞섰다. 민노당을 빼면 어느 당도 도청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건만 모두들 물러서면 죽을세라 속이 켕기면서도 상대만 물고늘어지는 꼴불견이다.
한나라당은 YS정권 시절 도청팀인 미림팀 관련 수사의 파장을 우려하다 표정이 일변했다. DJ정권도 도청을 했다는 예상 밖 상황이 벌어져 일방적으로 몰렸던 수세국면을 반전할 계기가 생겼다는 기대에서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이 중대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빅 브라더(불법도청)가 과연 이 정부에는 없는 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전ㆍ현 정부의 도청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나라당은 또 DJ정권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을 겨냥해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국민 앞에 떳떳이 밝히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맞은’ 분위기이다. 일부는 “김승규 국정원장의 고백 이면에 DJ죽이기를 통해 민주당도 고사시키려 한다”는 음모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참여정부의 국민의 정부에 대한 공격”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하는 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라고 비틀었다. 한화갑 대표도 “이런 문제가 터지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방해세력을 어떻게 제거할 지 생각하는 보복 차원의 고려가 있다”고 깊은 불신을 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DJ정권 당시 국정원 간부를 지낸 당내 인사들과 불법도청은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도청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국정원 자체에서 이뤄졌음을 애써 강조했다. 음모론이 퍼질 경우 좋을 게 없다고 본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기조실장 때 인사와 예산만을 담당했기에 불법도청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불법도청 원조이자 본당인 한나라당이 정치공세를 일삼는 것은 죄과를 덮기 위한 술수”라며 “진실을 밝힌 것을 갖고 음모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음모론이 아닌가 싶다”고 되받아쳤다. 호남출신인 장영달 상중위원도 “지역감정으로 반사 이익을 얻거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남출신 의원들은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으로 기운 지역민심이 더욱 나빠질까 잔뜩 우려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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