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7명을 태운 채 수심 190m에서 3일 동안 발이 묶여 ‘제 2의 쿠르스크호 참사’로 기록될 위기에 처했던 러시아 소형 잠수함 프리즈가 7일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고르 디갈로 러시아 해군 대변인은“구조된 7명은 저체온증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심각하지 않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구조 작전의 1등 공신은 영국의 해저 로봇 탐사선 스콜피오 45. 사고발생 하루 만에 러시아의 국제적 지원 요청을 받은 영국은 6일 미국보다 앞서 스콜피오를 현장에 투입했다. 앞서 러시아 해군은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도 구조할 수 있다며 그물을 내려보내 프리즈를 건져 올리는 ‘옛날 방식’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미국도 더 성능이 좋은 ‘슈퍼 스콜피오’를 보냈으나 미처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캄차카 반도 근처에 머무른 채 영국 로봇의 개가를 지켜봐야 했다.
영국 스콜피오는 두 차례 시도 끝에 프리즈의 프로펠러를 감싸고 있던 어망과 해변 수색용 안테나 선을 잘라내고 7일 오후 4시 26분(현지시각) 프리즈를 수면 위로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00년 8월 118명이 사망한 핵 잠수함 쿠르스크호 폭발 사고 당시 대통령에 갓 취임한 그는 신속하게 상황 대처를 못했다는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지도자로서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5년 전과는 달리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을 현장에 급파하고 미영일 등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전력 투구를 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 해군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고 분석, 푸틴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한 때 수 많은 핵 잠수함을 보유하며 세계를 호령했던 러시아 해군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 조차 없어졌다는 것이다.
스콜피오 같은 첨단 장비를 보유할 만큼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았던 데다 프리즈안에 남아있는 산소량에 대해서도 해군 관계자들이 ‘3일은 충분하다’, ‘하루도 못 버틴다’며 오락가락하는 등 정보력도 형편 없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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