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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도청 2002년 3월이후 정말 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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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도청 2002년 3월이후 정말 안했나

입력
200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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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도청 고해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많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고백이 의혹을 더 증폭시키는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의문점들을 정리해본다.

■ 과학보안국은 왜 해체 뒤늦게 했나

가장 큰 의혹은 “2002년 3월 이후에는 불법도청이 근절됐다”는 국정원 발표에 놓여 있다. 국정원은 “이때 휴대전화 도ㆍ감청 장비도 모두 폐기했다”면서 “이후 휴대폰에 대해서는 합법감청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당장 반론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6일“2003년 봄까지 휴대폰 도청이 이루어졌다는 제보를 수없이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이 정치권의 도청논란 때문에 도청을 중단했다고 하는데 정치권 논란은 국정원 주장보다 7개월 뒤인 2002년 10월의 일”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2002년 9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내부직원으로부터 입수한 국정원의 2002년 5월 도청내용’이라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로비 자료를 폭로한 것도 새삼 거론된다. 이는 2002년 3월 이후에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로 본격 부상한 2002년 3월이라는 시점에 도청중단 시점을 짜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또한 “국정원 과학보안국 해체 시점이 2002년 9,10월께인 점을 감안하면 이 때까지는 도청이 계속됐을 것”이라는 전 안기부 직원 김기삼씨의 주장도 있다.

■ 참여정부 "도청없다" 믿을 만한가

참여정부 들어서 도청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모든 정부가 현 정권에서는 불법 도청이 없다고 하지만, 다음 정부가 되면 ‘지난 정부는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며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이 정부는 안 하는지 분명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역시 “현 정권이 도청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정보수집 방법인 도청 유혹을 정보기관이 쉽게 떨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도청 근절’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정원이 휴대폰 도청 장비는 폐기했다고 하지만 2003년 이후 유선전화나 인테넷 관련 장비는 계속 들여 왔다고 국회에 보고한 만큼 유선전화 등에 대한 도청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주장도 있다.

■ 도청 자료 완전 폐기됐을까

불법도청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국정원 발표도 의문점이다. 국정원은 “1995년 9월 이전의 자료는 녹음기 릴 테이프 형태로 저장해 1개월 후 소각했으며, 이후에는 PC 파일 형태로 저장됐는데 1개월 후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시스템이 돼 있다”며 “현재 남아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림팀 공운영씨의 경우에서 보듯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PC 파일로 저장된 것은 복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불법도청은 공식 저장 시스템이 아닌 별도로 보관해 왔을 개연성이 있다. 특히 도청은 소규모팀에 의해 비밀스럽게 실시됐다는 점에서 실행 직원들에 의한 유출 가능성은 남는다. 실제 2002년 11월 한나라당이 ‘2002년 3월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공개한 자료에는 여야 의원과 언론사 간부 등 39명의 통화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 고위급 인사들 보고 못받았나

당시 국정원장 또는 차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불법도청 사실을 전혀 몰랐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국정원은 “상부에 보고되는 정보는 합법적으로 수집한 정보와 불법도청으로 수집한 정보가 섞여 있어 고위급 인사는 도청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등에서 국정원 도청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국정원 수뇌부가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보의 내용과 질만 보더라도 구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명하복의 국정원 조직에서 상부 명령이나 용인 없이 도청을 자체적으로 했다는 것 역시 수긍이 가지 않는다.

■ 최신 휴대폰은 과연 도청 안되나

휴대폰 도청의 기술적 측면도 궁금증이 많은 지점이다. 국정원은 “2000년 9월부터 휴대폰이 CDMA-2000 방식으로 향상됐으나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도 “현재 관련 장비만 도입하면 모든 휴대폰에 대한 감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부나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이 밝힌 도청 방법은 처음 알았다”며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도 “도청대상자가 움직이거나 기지국ㆍ통화 영역 등이 바뀌면 도청이 어려워지는 등 극히 제한적”이라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동통신사들이 기지국 등에 감청장비를 설치하?감청이 가능하다”며 “실제 국내 통신업자들이 수출하는 물품에는 합법적 감청장비를 부착하는 것으로 안다”고까지 했다. 국정원이 휴대폰 도청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추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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