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저질러 진 것으로 밝혀졌다. 도청은 없다던 그 간의 숱한 다짐과 해명들이 새빨간 거짓으로 판명된 것이다.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비록 정치인과 기업 언론 등의 지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국가기관의 범죄에서 피해자들은 국민 전체일 수 밖에 없다. 또 반신반의하면서도 거짓말에 속았던 국민은 뒤늦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모욕감을 견디기 어렵다.
국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도청은 1960년대 군사정부 시절 이래 역대 정권에서 계속돼 왔다. 김영삼 정부 때 4~5명 단위의 미림팀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는 중인데, 60명 규모의 감청조직이 정권을 이어 활동을 해 왔다니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도청을 해 왔을 것인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청을 통해 수집된 정보들은 어떤 식으로든 권력의 입맛대로 활용됐을 것 아닌가. 정치사찰의 가장 큰 피해자들에 속할 김영삼 김대중 정부마저 다시 국민을 속이고 어두운 권력의 행각을 벌여왔다는 사실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관계 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도청 시비가 일 때마다 관련부처를 총동원해 정부의 이름으로 부인해 온 것도 세금을 써가며 국민을 우롱한 것이었다.
놀랍고도 무서운 것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도청을 없앨 것을 지시했음에도 “과거의 관행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정보기관의 독단적 일탈이다. 대통령의 지시나 국정체계쯤은 마음대로 무시하고 그 밖이나 위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보기관의 위험한 얼굴인 것이다. 그러면서 범법과 은폐를 능사로 해 왔으니 이런 정보기관은 국기 차원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이제라도 과거를 고백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 고백도 스스로가 아니라 미림팀이 사건화하면서 외부적 압력에 이루어졌음을 간과할 수 없다. 고백을 하면서도 국정원은 아직 도청의 내용, 책임계통 등 전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거나 않고 있다.
이래서는 이 정권에서는 도청이 없다는 말이 흔쾌하게 들릴 수 없다. 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이번에서야 공식화했다. 감청장비가 없어 할 일도 못한다고 호소하지만 이런 국정원이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이번에 밝혀지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모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 특히 법 규정을 보완해 도청범죄에 대한 특단의 단죄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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