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우스와 스트라우시언을 아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저자의 발언은 도발적이다. 한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그 이름도 낯선, 유태계 미국 정치 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와 그의 추종자를 일컫는 ‘스트라우시안’까지 알아야 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전쟁 재발이라는 악령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의 명운을 움켜쥐고 있는 미국,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외교로 세계를 협박하고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인 부시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자들의 다수가 ‘스트라우시안’인 것을.
9ㆍ11테러 이후 미국을 장악했으며 흔히 신(新)보수주의자란 뜻의 ‘네오콘’으로 불리는 이들의 존재는 이미 한국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라크 전쟁의 입안자로 국방부 부장관을 거쳐 세계은행(WB) 총재가 된 폴 울포위츠나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붕괴 시켜야 한다”는 강경발언으로 우리의 가슴을 쓸어내리 게 만들었던 존 볼튼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등….
그러나 정작 우리는 ‘네오콘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극우주의자’라는 낮은 수준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오콘은 왜 미국의 정치체제(Regime)가 그 어떤 나라보다 옳고 우월하다고 믿으며 자신보다 열등하고 악한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려 드는 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편이다.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스트라우스의 사상을 알고나면 비로소 일견 황당해보이는 네오콘의 행위를 꿰뚫고 있는 원리가 눈에 보인다. 이 유태인 철학자는 나치 체제의 출범을 가져온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붕괴를 바라보며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상대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 체제의 필연적 결과는 타락’이라고 믿게 된다.
‘신은 죽었고, 진리도 없다’고 선언한 니체의 전통을 물려받은 그는 소수의 철학자 혹은 엘리트는 도덕과 질서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귀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엘리트에 의한 국가의 통치와 국가개입을 통한 도덕성 강제, 엘리트들의 천부적 특권 인정, 힘에 의한 세계질서 개편 등의 아이디어를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빌려와 제자들에게 설파한다.
간명하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있는 저자의 설명을 듣노라면 ‘팍스 아메리카나’를 통한 질서 재구축에 몰두하고 있는 ‘네오콘’의 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열린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과 상대성을 거부하며, 전쟁을 통해 끊임없이 선과 악, 적과 우리 편을 구분함으로써 권력을 차지하려는 네오콘이야 말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진짜 ‘악의 축’일지 모른다. 외교관과 정치인은 물론, 한반도에 미국이 뻗치고 있는 힘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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