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세계화 체제’가 유가 상승과 테러리즘 확산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영국 가디언은 4일 동시 게재한 각각의 분석기사를 통해 최근의 국제정세를 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과 비교하며 ‘세계화 위기론’을 조명했다.
‘세계화’의 수명이 다됐다 ‘(Long Emergency): 집중되는 21세기의 파국에서 살아 남기’.
기고에 따르면, 효율성을 기치로 내세운 ‘세계화’는 근년의 상대적 국제 평화와 싼 에너지 가격에 따른 극히 일시적인 환경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이 사라질 경우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
1870년부터 1914년까지는 도로 등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대양을 오가는 교역이 크게 번성한 ‘1차 세계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상대적인 평화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지되던 20세기의 안정이 깨지고 세계가 1차 대전으로 빠져든 진짜 원인은 에너지 주도권 싸움이다. 당시는 카스피해역과 중동 석유가 개발되기 전이었다. 따라서 석유를 가진 미국이 한 축에 자리잡고, 유럽 열강들이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쟁투를 벌였다. 결국 1차와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패배한 독일과 일본은 석유에서 멀어졌다.
이후 값싼 석유를 토대로 한 미국 주도의 대량소비 산업시대가 본격 구축됐다. 석유 만능의 또 다른 세계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은 또다시 잔존 석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남아있는 석유의 3분의 2 가량을 특히 미국을 싫어하는 반서방 세력이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이 이와 무관치 않음이 물론이다. 석유 공급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세계화’의 태양이 곧 지려고 한다.
1914년과 너무 비슷하다 WSJ는 ‘ 1914년과 너무나 흡사하다’“”.
하버드대의 니올 퍼거슨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행한 강연에서 지금의 국제정세와 1914년과의 유사성을 꼽으며 “이는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다른 투자은행 UBS의 조지 매그너스 수석 애널리스트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규제완화추세와 시장통합 움직임, 무역 붐과, 새로운 (투자)시장을 찾는 경쟁의 치열함까지 모두가 1914년 당시와 지금이 똑같다고 주장한다.
퍼거슨 교수는 “100년 전에는 마르크스가 세상을 두렵게 했으나 요즘은 오사마 빈 라덴이 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는 “세계화가 우리 당대에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 등 ‘세계화 체제’의 위기를 역설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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