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산 개최 D_100일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해방 후 우리 민족이 이룩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제 다시 한번 세계로 웅비할 각오를 다져야 하는 때에 APEC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세계 경제 환경에서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은 각국의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생존의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국에 비해 유난히 대외의존도가 높고 또 수출의 70% 이상을 APEC 회원국이 차지하고 있음에 비추어 이번 개최를 단순한 외교행사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APEC은 1989년 당시 점점 블록화돼 가던 세계 경제에 좀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국에 의해 탄생되었다.
현재는 미국,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 주변 4강을 비롯해 태평양 동서 연안의 21개 국이 가입해 세계 인구의 48%,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7.7%, 총 교역량의 45.8%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협력체로 자리매김됐다.
-세계인구 절반의 거대경제협력체
특히 93년부터 정상회의가 연례화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테러 같은 국제 외교 문제도 의제로 포함돼 협력과 정책 공조를 위한 최고위급 회담이 됐다.
한국은 91년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APEC의 헌장격인 ‘서울 선언’을 마련하였으며 중국, 대만, 홍콩의 가입을 성사시켜 APEC이 지역 내 모든 중요 경제실체를 포괄하는 협력체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APEC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한국이 올해 의장국을 맡게 되자 회원국들은 금년도가 역대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년도 APEC 회의에서 다룰 여러 의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역 자유화의 진전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에서 2020년까지 역내 무역 자유화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보고르 목표’의 달성을 위해 21개 회원국이 이룩한 그 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이로써 아ㆍ태 지역 무역ㆍ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11월 18일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21개 회원국 정상들과 관계 장관을 포함한 대표단과 기업인, 기자 등 6,000여 명이 참석한다.
대한민국은 GDP 규모 세계 10위, 세계 12대 교역국이라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해외에서의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번 행사는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절호의 기회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방 후 60년간 우리 민족이 길러온 역량을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두 쏟아 부으면 된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우리는 세계 4강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완벽하게 행사를 치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행사의 성격은 다르지만 APEC 정상회의 또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최대의 외교 행사인 만큼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우리의 저력을 과시해야 한다.
또한 회의에 참가하는 외국인이 APEC을 계기로 개최되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통해 반만년의 유구한 전통과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어우러진 역동적이면서도 세련된 우리 문화를 느끼게 하면 된다.
-성공 개최 위해 온 힘 모아야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개최 도시인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열과 성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APEC 민간 자문위원이라는 인식으로, 때로는 자원봉사자가 되어 참여하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ㆍAPEC 민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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