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임박이 점쳐지던 제4차 6자회담이 막판에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4차 초안을 놓고 미국 등 5개국이 수용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짙은 안개 속에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담 열흘째인 4일 회담장은 하루종일 ‘회담 결렬’과 ‘극적 타결’ 전망이 오락가락하는 널뛰기 국면이 이어졌다. 특히 핵심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막판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미국이 한때 북한과의 양자 접촉을 외면하자 북한이 맞대응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우는 등 파국의 조짐마저 비쳤다. 한국의 중재로 가까스로 남북미간 3자 협의가 이뤄졌으나 평행선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부터 신경전은 치열했다. 미국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는 이날 오전 숙소를 떠나며 “우리는 이미 답을 줬기 때문에 북한과 만날 계획도, 만날 이유도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측이 마련한 4차 초안에서 미국이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얘기다.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모인 각국 대표단은 물밑에서 여러 양자접촉을 벌이는 한편 북한 설득 작업에도 나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북미간 접촉은 미국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회담이 공전되자 오후 들어 북한측에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북한은 이미 3차례의 6자 회담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막판 기자회견을 하는 식으로 회담결렬을 알려왔다. 이날 상황도 회담이 결렬로 치닫는 것 같은 조짐이었다.
그러자 각국 대표단의 움직임도 바빠져 결국 오후 5시 30분 한국의 중재로 남북미간 3자 협의가 극적으로 열려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어 오후 9시에 수석대표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에는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측 송민순 차관보는 “핵심 쟁점을 내일 이후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며 짤막하게 협의 결과를 전했다. 가까스로 파국만은 봉합한 채 회담이 다시 지루한 줄다리기에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이날 3자협의에선 한국측이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미 양국이 수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씨앗(중재안)이 비옥한 땅인지 아니면 마른 땅에 떨어졌는지는 내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9시에 열린 수석대표 회의에서 6개국은 공동문건 채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힐 대표는 “예전에 보스니아 평화 협정을 다룬 데이턴 협상 때는 21일이 걸렸다”며 “우리가 딱 반 정도 했으니까 너무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뒤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는 밤 10시 35분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나라도 아닌데 평화적 핵 활동을 금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신뢰감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북측은 그러나 “회담 성공을 위해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파국은 일단 피하고 장기전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북미간 입장차가 커 회담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한편 지난달 30일 휴가중인 러시아 외무장관을 대리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귀환했던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이 5일만인 4일 낮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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