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0일 강원 동해시 육군 모부대 해안초소에서 순찰 중이던 장병을 흉기로 찌르고 총기와 실탄을 빼앗아 달아났던 일당 3명이 사건 발생 17일만에 모두 검거됐다.
군ㆍ경합동수사본부는 5일 오전 이번 사건의 용의자 박모(35), 원모(35), 김모(25)씨 등 3명을 경기 하남시와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각각 검거해 동해경찰서로 압송,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합수부는 이들의 자백에 따라 이날 오전 경기 하남시 B낚시터 인근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여 이들이 탈취해 숨겨뒀던 K1, K2 소총 등 총기 2정과 실탄 30발을 모두 회수했다.
합수부에 따르면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던 주범 박씨는 친구 원씨와 특수부대 후배 김씨에게 “사업실패 등으로 돈이 필요해 총을 탈취하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설득,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당일 박씨의 뉴그랜저와 원씨의 소렌토 승용차를 나눠 타고 동해로 내려가 오후 10시10분께 육군 모부대 해안초소에서 순찰 중이던 권모 중위와 이모 상병에게 접근해 길을 묻는 척 하다가 이들 장병들을 흉기로 찌르고 총기와 실탄 등을 빼앗았다.
이후 이들은 권 중위 등을 뉴그랜저 승용차에 태우고 도주하다 오후 10시25분께 이들을 고속도로 변에 버려둔 채 동해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상경했다. 이들은 탈취한 총기와 실탄을 낚시 가방에 담아 보관했으며 사용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박씨와 김씨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점을 증명하듯 범행 모의과 실행 과정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사제 무전기를 이용하면서 경찰은 ‘비둘기’, 멈춤은 ‘휴식’, 사격은 ‘물뿌려’ 등으로 자신들 만의 암구호를 정해 의사소통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수사연구지를 구입해 범행 모의에 참고하는가 하면 도주 도중 자동차번호판을 바꿔 달고, 행선지 추적을 우려해 범행 당일 출발지에서 휴대폰 전원을 끈 뒤 범행 후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사용하지 않는 등 주도면밀함을 과시했다.
박씨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올 때도 주변 일대를 3차례 이상 돌아보는 등 신중한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총기를 은닉한 낚시터 인근 야산에서 만날 때도 수 차례 주변을 돌면서 경찰의 추적에 대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적 곳곳에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범행 직후 군경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잠시 중국으로 도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와 원씨는 사건 나흘 뒤인 21일, 김씨는 22일에 각각 중국 칭다오 등지로 출국했으며 사건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 이달 1일 귀국했다.
합수부는 사건 발생 직후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박씨와 원씨의 차량이 동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서울로 들어온 사실을 밝혀냈다. 합수부는 이들 차량이 통과한 궁내동 톨게이트에서 수거한 고속도로 통행권의 지문을 채취해 지난 달 26일께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합수부는 이날 이들의 차량을 압수 수색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맥가이버 칼 1개와 쌍안경 2개, 무전기와 암구호가 적힌 메모장 등을 증거품으로 압수했다.
한편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동해경찰서를 방문해 용의자 검거에 공을 세운 경찰관 3명을 1계급 특진시키고 수사진을 격려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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