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국가보훈처가 5일로 창설 44주년을 맞았다. 마흔 네 살이 된 셈이다.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이지만 특히 광복 60주년이 되는 올해는 더욱 의미가 크다. 국가보훈처는 40여 년 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금전적ㆍ물질적 보상과 함께 애국심과 건전한 국민정신을 고양하는 보훈 업무를 담당해 왔다.
보훈 정책의 변천 과정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초기의 보훈 정책은 국가유공자의 생활 안정에 중점을 두었으며 보상금 지급과 취업ㆍ대부ㆍ주택ㆍ의료지원 등을 정책 수단으로 삼았다.
80년대에는 ‘민족정기 선양’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해외에 안장된 순국선열의 유해를 모셔오고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운동 등을 벌였으며, 이 때부터 종전의 물질 중심의 ‘원호’에서 정신적 예우를 포함한 ‘보훈’개념으로 전환하게 된다.
90년대에 들어서서는 제대 군인 지원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고엽제 후유의증(後遺疑症) 환자와 참전유공자 등까지 보훈 범위가 확대되었고 5ㆍ18민주유공자도 보훈대상자로 편입되어 보훈의 영역은 독립, 호국, 민주를 아우르게 되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독립유공자 포상에 있어 이념적 이유로 제외됐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를 포함시킴으로써 독립운동사의 완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가보훈처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국민정서와 국가유공자의 요구에 맞게 보훈의 틀을 재정립하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첫째, 역사적 흐름에 맞게 보훈 대상 범위를 조정하고 보상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함과 동시에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확고한 의학적 증명 등 보훈의 틀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한다.
둘째,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에 따라 차원 높은 보훈 의료 서비스를 실현하고 기존의 취업ㆍ대부지원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보훈복지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
셋째, 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현충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정부 기념 행사를 국민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바람직한 국민정신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국가보훈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희생ㆍ공헌한 분들을 예우하고 그 숭고한 독립ㆍ호국ㆍ민주정신을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으로 승화시켜 국민을 통합시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보훈처 창설 44주년인 올해가 국가보훈이 국가 정책의 기본이 되는 원년이자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유철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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