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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왕조 의궤 - 조선 왕실의 儀典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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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왕조 의궤 - 조선 왕실의 儀典은 어땠을까

입력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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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궤(儀軌)는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 중요행사의 준비, 진행 절차, 규모 등을 기록한 책이다. 의궤는 실록처럼 역사적인 사실을 담은 기록물이지만 당장 궁 안팎에서 법도에 맞춰 치러야 하는 여러 행사의 ‘매뉴얼’을 제시한다는 실용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매뉴얼이 의례의 대강만 밝히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궤는 행사의 진행 과정을 날짜순으로 자세하게 쓰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하찮은 장인(匠人)까지 일일이 적고, 행사에 들인 비용과 재료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나아가 의식에 쓴 주요 도구와 행사 장면을 천연색 그림으로 매우 치밀하게 그려냈다. 의궤만 있으면 지금도 수백 년 전 왕실의 행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조선의 의궤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서울대 규장각 관장 시절부터 의궤 정리와 해제 작업에 큰 관심을 보여온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가 13년 여 연구 내용을 정리한 ‘조선왕조 의궤’를 냈다.

한 교수는 의궤를 이렇게 꼼꼼하게 편찬한 것은 ‘고려시대에도 없었던 일이요, 더구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조선왕조만의 독특한 기록문화’라고 강조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처럼 의궤 역시 향후 세계유산 목록에 오를 것을 기대해도 좋은 건 이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이 책에서 태조 이성계 이후 일제시대에 이르는 조선시대 전시기에 편찬된 총 600종에 달하는 의궤를 망라해 그 편찬 과정과 내용을 여러 장의 실물 그림자료를 곁들여 설명했다.

전시기를 아울렀다고는 했지만 이 책의 원래 목표인 개개 의궤에 대한 해설은 실은 선조 이후부터 가능하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그 전에 만들었던 의궤는 전부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의궤가 당시의 왕실생활문화는 물론이고 행정 메커니즘과 재정 수입ㆍ지출의 내막을 보여줄 뿐 아니라 국어사와 미술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한다.

한 교수에 따르면 조선의 의궤는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553종,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293종, 파리국립도서관에 191종, 일본 궁내청에 69종이 소장돼 있고, 중복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의궤류는 약 637종이다.

하지만 이 조사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장서각으로 넘겼다가 다시 이관 받은 의궤본이 빠져있다. 그래서 소장처와 서지사항을 담아 부록으로 실은 ‘의궤종합목록’ 역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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