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5일 도청 근절을 지시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불법 도청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고백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의 도청 행위에 진상규명의 초점을 맞춰 온 검찰 수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을 포함한 과거 국가기관의 도청 행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국정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므로 도청 행위 전반에 대해 본격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2002년 3월) 이전에 벌어진 불법도청 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개정 이후에는 7년)이기 때문에 2000년 8월 이전의 불법도청 행위는 처벌할 수 없지만, 그 이후의 행위는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또 미림팀의 활동기간인 94~97년보다 최근의 일이어서 수사의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 98년 대부분 퇴직한 미림팀 직원들과 달리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에 관여한 인사들 상당수는 아직 현직에 있다.
다만 국정원이 2002년 3월 이전까지 도청이 있었다는 사실만 공개했을 뿐 도청 조직과 예산, 실태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검찰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국정원은 ‘단(團ㆍ60명) 규모’의 조직이 문민정부에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계속 유지됐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규 국정원장은 “검찰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으며 압수수색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2002년 3월 이전에 재직했던 역대 국정원장도 줄소환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찬(1998년3월~99년5월), 천용택(99년5월~99년12월), 임동원(99년12월~2001년3월), 신건(2001년3월~2003년4월)씨 등이 그 대상이다. 당시 국내 담당 차장을 맡았던 김은성씨(엄익준씨는 사망),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이강래, 문희상, 최규백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원의 진실 고백 이전에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휴대폰 도청자료 폭로로 촉발된 국정원 도청의혹 고발사건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휴대폰 도청은 불가능하다며 당시 신건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바 있지만, 국정원 스스로 휴대폰 도청 사실을 인정한 만큼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