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후면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이 서울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다. 질식할 것 같은 콘크리트 숲 사이로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시민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즐기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이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면 그 즐거움은 반쪽짜리에 불과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장애인단체 회원들과 함께 실시한 청계천 현장조사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청계천 거리 양쪽의 인도는 폭이 1.5m로 좁은데다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휠체어가 지나가기가 매우 불편했다. 둔치로 내려가는 경사로 진입로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넘으려다 뒤로 넘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
길고 가파른 경사로 중간에는 쉬거나 붙잡을 곳이 없어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신 땀을 흘리며 청계천 복원사업 현장을 둘러본 장애인들은 “정글을 뚫고 다니는 기분” “장애인이 찾기에는 너무나 힘든 곳”이라며 혀를 찼다.
장애인의 생존권과 인권 보장의 출발점은 이동권 보장에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외출시 제약과 위험이 따른다면 사회생활과 자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와 휠체어 택시는 턱없이 부족하고, 지하철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지만 잦은 고장으로 이용하기가 불안하다. 지난해 말 경기 부천역에서는 30대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선로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오죽하면 “목숨 걸고 외출한다”는 절규가 나오겠는가.
장애인의 40%가 외출을 제약 받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장애인 복지 운운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거리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 보다 중요한 장애인 대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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