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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비리 왜 많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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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비리 왜 많나 했더니…

입력
200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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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모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낸 추진위 승인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추진위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건설교통부령에 추진위 승인 절차에 관한 규정은 있어도 취소 절차에 관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개발ㆍ재건축 추진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이 재개발 동의의사를 철회해도 일단 추진위가 만들어지고 나면 법적으로 이를 취소할 길이 없어 각종 부조리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청량리동 재개발의 경우 초기 추진위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 김모(59)씨는 “재개발 주도자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120% 크기인 아파트를 준다’고 속이고, 일부 주민들에게는 냉장고 등을 선물해가며 인감증명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겨우 지지를 모아 2004년 8월 승인 기준인 50%를 살짝 넘는 50.8%의 주민 동의율로 추진위가 설립됐다. 추진위는 이후 120% 아파트 지급 약속 불이행 등 이유로 주민 동의율이 44.2%까지 떨어졌고, 구청은 건설교통부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승인을 취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기관 내부지침은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200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S아파트에서도 재건축 추진위 위원장의 독주 때문에 주민들의 재건축 동의율이 77%에서 44%까지 떨어져 강남구청이 추진위 승인을 취소했으나 역시 추진위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같은 이유로 패소했다.

추진위 승인 취소가 불가능하다 보니 주도자들은 추진위 설립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청량리동의 경우 현재 집의 120% 아파트를 제시했으며,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2~3배짜리를 주겠다는 터무니 없는 제안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서 청량리동 추진위처럼 나중에 약속을 안 지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이 같은 제도상 맹점 때문에 추진위 구성 후 지도부가 각종 이권에 적극 개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청량리동 재개발 추진위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던 날, 추진위 위원장 김모(65)씨와 총무 박모(53)씨는 주민들의 명의를 도용해 G건설 I건설 등과 임의계약을 맺고, 입찰보증금 등 명목으로 12억5,00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5,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횡령)로 구속됐다.

추진위 승인과 취소를 둘러싼 불합리성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승인 후 주민동의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추진위 승인을 취소하지 말라”는 업무지침을 3월 일선 구청에 내려보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업무 편의를 위해 문제가 된 승인 취소 관련 업무지침을 삭제할 계획”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주민동의율이 낮아 대표성이 없는 추진위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모순이 더욱 심해지고 주민 피해도 늘어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개발ㆍ재건축 업무를 담당하는 구청 공무원들과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이 주민을 위한 일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량리동 재개발 추진위 측은 “업무 추진 과정에서 약간의 금품이 오갔지만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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