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핫이슈/ 안기부 X파일 파문 - 특별법·특검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핫이슈/ 안기부 X파일 파문 - 특별법·특검 논란

입력
2005.08.04 00:00
0 0

■ 우리 "특별법" "상자여는 악역은 않겠다"

열린우리당은 4일 불법 도청 X파일의 공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특별법’ 뿐임을 재차 강조했다. 원내대표단은 이날 예정에 없던 전략회의를 가진 뒤 ‘특별법 제정 à 제3의 기구 구성 à 공개 여부 결정’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우리당의 노림수는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내심 공개를 바라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악역은 맡지 않겠다는 얘기다.

공개될 경우 타격이 예상되는 일부 야당의 역공 표적에서 벗어나고, 비공개로 결정나더라도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검찰권 견제의 의미도 크다. 여당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하겠지만, 공개 결정의 주체를 ‘제3의 민간기구’로 해 수사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검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속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한시적 특례조항을 통해 현행법과 ‘알 권리’ 사이의 충돌을 조정할 필요성도 감안했다.

그러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제3의 기구가 공정성ㆍ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 역시 당파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어차피 여야 의석수에 따라 위원이 추천될 텐데 그러면 결국 여당 입맛에 맞는 것만 공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문제 제기도 있다. 이에 여당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여야가 기본방향에 합의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안이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별법까지 제정하겠다면서, 수사는 검찰에 맡기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미 공개된 X파일에서도 나타났듯이 검찰이 위법행위에 연루됐을 개연성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왜 검찰이 꼭 수사를 해야 하는 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한나라 "특검" "X파일에 與입김 안닿게"

한나라당은 4일 특검을 통해서도 옛 안기부 X파일 공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를 설파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주장을 요약하면 특검이 X파일을 확보, 불법사실이 포착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후 수사결과를 공표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특별 검사 한명에게 통째로 ‘판도라의 상자’를 맡기는 격이 된다. 엄청난 권한이자 부담이다. 또 특검이 불법 도청 행위 자체에 대한 수사는 물론 테이프 내용에서 위법 단서를 확보하고 사실 확인까지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거쳐 공표에 이르더라도 과연 공개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X파일은 1998년 이전 만들어진 것이어서 범죄사실이 있다 해도 상당수가 공소시효가 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공표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개범위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이와 함께 “공개는 위법”이라며 여당의 특별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도청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 역시 위법”이란 ‘독수독과(毒樹毒果)론’에 비쳐 자가당착이란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특검을 통한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여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 X파일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물론이고 여당이 주장하는 제3기구에 X파일을 맡기면 ‘코드 공개’의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논리상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중립적 특검에 X파일을 갖다 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셈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김원기 의장 "제3기구 구성 반대"

김원기 국회의장이 민간인 중심의 ‘제3의 기구’를 통해 안기부 불법도청테이프 내용공개여부를 결정하자는 열린우리당안을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장은 3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제3의 기구 구성은 국회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포기하는 것”이라며 “막상 기구를 만들려고 해도 위원추천 등을 둘러싸고 각 당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의장은 또 도청자료 공개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반대했다. 김 의장의 반대발언은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여당의 제3기구 설치안을 지지하며 공개 불가피론을 편 날 나왔다.

김기만 의장 공보수석은 “정치인이 약속을 깨고 의장이 비공개를 전제로 밝힌 사견을 공개한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 野4당 각각 특검법 제출할 듯

야4당은 4일 X파일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 공동발의를 위한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열었으나 합의를 끌어내진 못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와 민노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 자민련 김낙성 원내총무는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2시간 넘게 특검 수사 대상,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 방식,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처리 여부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문서를 통해 민주당 안을 설명했다.

야4당은 특검 규모에 대해선 특검 1명, 특검보 6명, 수사관 60명 등 이전 특검의 3배 수준으로 하고, 수사기간은 180일로 의견을 모았다. 또 테이프 내용 중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수사 여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도 진실 규명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를 하되, 위법 사실은 불기소 결정문에 기재하도록 한다”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그러나 야4당은 테이프 내용의 공개 방식을 놓고서는 접점을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내용의 위법성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만 공개해야 한다”고 고집했고, 민노당은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아도 발언 사실이 있으면 특별법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며 맞섰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이 3명씩 추천하는 민간위원회에서 공개 여부를 판정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또 “테이프의 유출과 거래에 대해 1차 특검을 하고, 테이프 내용은 2차 특검에서 따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4당은 8일 2차 회담을 갖고 특검법 공동발의를 다시 논의한다. 그러나 핵심인 내용 공개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결국 야4당이 제각각 특검법을 내게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 외국의 X파일 사례

정치권이 안기부 X파일 내용을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공개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도청자료 공개의 대표적 사례는 구 동독의 국가안전부가 도ㆍ감청으로 남긴 ‘슈타지(비밀경찰) 문건’ 사건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민들이 국가안전부를 점거해 찾아낸 이 자료는 파일카드 1,700만개, 사진 100만장, 도청 테이프 9만개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91년 ‘슈타지 문서관리법’이란 특별법을 제정, 문서관리청을 통해 슈타지 문건의 제한적인 공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은 원칙적으로 도ㆍ감청을 당한 본인만이 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료는 언론이나 연구기관이 따로 공개를 청구할 수 있지만, 관리청이 심사를 통해 선별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2000년 독일 언론은 이 자료에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불법 비자금 내역이 포함돼 있다며 자료공개 소송을 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자료의 일부는 공개될 수 있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도청 등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슈타지 특별법은 도청내용을 근거로 한 수사 여부에 관한 규정이 없다. 구 동독 정부가 주로 체제를 위협하는 공안사범을 색출하기 위해 일반인이 대부분인 동ㆍ서독 시민 600만 명을 대상으로 도ㆍ감청을 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별 논란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기부 X파일의 경우도 특별법이나 특검제가 도입되더라도 당사자들의 소송으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공개여부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일각에선 벌써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려는 ‘제3의 기구 설치를 통한 도청자료 공개’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17조)와 통신의 자유(18조)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논리도 만만찮다. 중요 범죄 등 공익과 관련된 내용만 공개하면 사생활 침해와 상관이 없고, 공익을 위해서는 통신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