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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당신은 아름다운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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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당신은 아름다운 패자"

입력
200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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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제3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충주성심학교-상원고 전이 열린 동대문구장.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몇몇 관중들은 조명탑 그림자를 따라 다니며 따가운 햇살을 피했고 또 다른 팬들은 차가운 얼음물과 양산으로 땡볕과 싸웠다.

그러나 3루측 스탠드 풍경은 사뭇 달랐다. 한국일보사 등 주최측의 배려로 무료 입장한 충주성심학교 응원단 100여명은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함성으로 동대문구장을 후끈 달궜다. 공 하나 안타 하나에 목청껏 “충주성심”을 연호했고 멋진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응원소리를 듣지 못해서였을까. 청각장애우 야구팀인 충주성심학교의 전국대회 1승 꿈이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2-12 6회 콜드 게임패. 2002년 9월 창단돼 이듬해 봉황대기에서 첫 공식 데뷔전을 치른 뒤 숱한 화제와 관심을 불러모은 충주성심학교는 이로써 전국대회 7전 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1승에 대한 기대는 뜨거웠지만 승부는 역시 냉정했다. 상원고는 올 대붕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팀. 충주성심학교는 1회부터 선발 김성호가 제구력 난조로 무너지면서 대량 6실점했다. 투수진이 엷은 충주성심학교는 이후 장왕근과 박병채를 각각 3차례, 2차례씩 번갈아 마운드에 내세우며 만회를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기에 눈빛으로 서로를 격려했지만 초반 실점은 너무 뼈아팠다. 충주성심학교는 이종환이 2회 3루타, 4회 2루타를 터트려 2점을 따라갔지만 승부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3타수2안타 맹타를 날린 장왕근(3년)은 “수비 실책만 줄였으면 해 볼만한 경기였다. 팀 창단 이듬해부터 3년 동안 쏟은 땀이 결실을 못 맺어 아쉽다”며 수화로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조일연 교감은 “내년에 8명이 졸업하는데 이 선수들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뜻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장애인 실업 야구팀 창단에 적극 나서 줬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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