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한창 더울 시기는 마침 일 년이 딱 한 가운데 왔을 때다. 그 더위가 지나면 이제 한 해의 반만 남게 되는 거다. 이 때 마음 수련을 하면 좋은 것이, 내가 사는 모습의 ‘중간 점검’쯤 을 할 수 있어서다.
흥청망청 벗은 남녀와 소모된 쓰레기가 가득한 모래밭보다 오히려 잠시 홀로 되어 명상에 잠겨보는 것은 그래서 좋다. 나는 일 년의 한 가운데마다 절에 든다.
수련 기간 동안 ‘묵언(默言)’을 해야 하므로 온전히 ‘나’하고만 있을 수 있어서다. 핸드폰도 끄고 컴퓨터도 없는 곳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조용한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은 어떨까?
주전자에 물을 받고, 그 물을 몇 분간 끓이면서 차를 준비한다. 좋은 다기가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정성껏 차를 우려내면 된다. 아직 식구들이 깨지 않은 이른 아침에 조용히 앉아 차 향, 차 맛이 내 입술을 훑고 내 목을 타고 내 가슴을 건너 내 속 저 끝까지 떨어지는 그 느낌을 찾아보라. 더위에 지친 몸과 답답한 길을 헤매던 마음이 다소간 잡힌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차 전문가나 다도 교육 기관에 청하여도 좋고, 오늘 소개하는 이색적인 ‘차 공간’을 찾아도 좋겠다. 아스팔트가 녹을 것 같은 서울 바닥을 걷다가 ‘절 같은 곳’을 발견한 기쁨에 이 곳의 주인장 이우정 사장님께 인터뷰를 청하여 보았다.
박 재은(이하 박); ‘천재향은 어떤 공간인가요?
이 우정(이하 이); 중국차 문화와 관련 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직접 만지고,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어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쉼표 같은 공간이 바로 ‘천재향’입니다.
박; 둘러 보니 단순한 '찻집'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은 이런 콘셉트 자체가 낯선 이들이 많을 텐데 과감히 오픈을 한 이유는?
이; 아직은 중국차가 건강하게 대중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대로 식약청 검사를 받고 들여 온 제품이 없을 정도니까요. 또, 알음알음 찾아낸 중국차가 터무니없는 가격인줄 모르고 구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제대로 된 유통 경로를 통해 좋은 차와, 차가 주는 건강한 이로움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공간 내에 ‘티 소믈리에’가 상주하며, 다회(茶會)를 위한 별실도 따로 두었습니다.
박; 그럼, 주인장(웃음)께서는 언제부터 '차'를 시작하셨는지요?
이; 본격적으로 찾아 마시기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일본이나 중국으로의 출장이 잦은 편이었지요. 일본에서 대중화된 중국차를 접하게 되었는데 차의 재발견이었지요.
마침 추진하던 중국 외식 관련 비즈니스가 있어 자연스레 차 비즈니스를 함께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중국 상해의 최상류층이었기 때문에 최고급 차를 소개 받을 수 있었고, 천재향을 여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박; 폭염으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던 올 여름, '뜨거운' 것을 마시는 공간을 오픈하셨는데요,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뜨거운' 것에 대한 반응보다는 '차'라는 것에 대한 반응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계절은 지나게 마련이고, 차는 한 계절 동안 뜨고 지는 문화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은근하게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어 더위를 오히려 식혀주는 뜨거운 차 맛을 알아가는 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 구체적인 교육이나 홍보 계획도 있으신지요?
이; 중국차를 새로이 배울 수 있는 입문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9월부터 이 곳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생활 속에서 중국차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치중해 나가려고요.
생활의 일부분에 녹아들 수 있도록 다법이나 차에 관한 이론보다는 맛있는 차 위주의
테이스팅과 생활속에서의 다양한 차 응용에 대해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박;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뜨거운 차’를 꼭 마셔야 하는 이유를 말씀 해 주세요.
이; 가장 크고 단순한 이유는 중국차는 뜨겁게 마셔야 맛있기 때문입니다. 제 맛과 제 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뜨겁게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열치열'이라고, 몸 안이 따뜻해야 더위를 이길 힘도 생기는 거겠죠.
박; 일반 가정에서는 최소한 어떤 도구들이 있어야 차를 즐길 수 있을까요?
이:다호 하나는 장만하시라는 권유를 하고 싶습니다. 차의 양과 물의 양을 쉽게 가늠할 수 있어, 차를 맛있게 우리기 위한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호와 마실 컵을 따뜻한 물을 부어 데워 사용하면 차를 맛있게 우려낼 수 있습니다.
박; 숙취 해소 등의 효과도 직접 체험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숙취도 심하고 속도 불편할 때, 평소 마시던 것보다 조금 진하고 뜨겁게 보이차를 우려 마십니다. 사우나를 한 것처럼 땀이 나며 몸이 풀리고 다음 일상에 지장 없을 정도로 숙취 漫柰?됩니다. 차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타닌과 폴리페놀이 레드 와인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 찻잎을 구매할 때 유용한 팁을 묻는다면?
이; 첫째 잎 모양이 부스러지지 않는 등 보기 좋고, 둘째 향이 좋은 차를 골라야 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고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식약청 검사를 통과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좀 더 믿을 만하겠지요.
박; 차를 요리에 이용한다면?
이:천재향에서 다식과 다찬을 책임지고 있는 박주원씨의 말을 빌자면, 차를 이용한 음식은 원래의 향과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른 재료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니다.
양념과 향신료를 배제하고 차의 향과 맛으로 음식의 맛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거죠. 차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과 영양분이 다른 식자재와 잘 어울렸을 때는 효과가 배가될 뿐더러 새로운 맛이 창출됩니다.
차를 음식에 응용할 때는 찻잎을 함께 이용해서 넣어 주면 풍미를 더 살릴 수 있습니다. 찻물을 사용할 때도 평소 차로써 즐길 때보다 좀 더 진하게 우려내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찻물로 밥을 짓거나 찻잎을 살짝 데쳐 나물처럼 볶아 먹는 등의 방법으로 요리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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