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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계천 경관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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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계천 경관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입력
200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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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계천 경관도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네요.”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청계천 산책로 시작점에 있는 진입경사로. 장애인이동권연대 박영희 대표 등 장애인 3명이 완공을 앞둔 청계천 복원공사 현장을 찾았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청계천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나온 자리였다.

길이 10여㎙의 경사로는 폭이 1㎙ 정도에 불과해 휠체어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서울장애인연맹의 박동렬씨는 “내려가다가 올라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꼼짝없이 한 쪽이 길을 뒤돌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을 청계천으로 안내할 유일한 출입구인 경사로들이 전체 5.8㎞ 구간에 8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비장애인이 이용할 계단은 다리마다 1개씩 모두 22개나 있다.

시작점 경사로에서 다음 경사로까지의 거리는 약 1.4㎞. 박동렬씨는 “스쿠터를 타면 몰라도 휠체어를 탈 경우 대략 한 시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청계천에 들어올 경우 밖으로 나가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최소 수백 ㎙를 이동해야 하는 셈이다.

박영희 대표는 “일반인에게는 별 문제 아니겠지만 장애인에게는 매우 심각하다”며 “갑자기 폭우를 만나 물이 빠른 속도로 불기라도 하면 꼼짝 없이 화를 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사로의 가파른 기울기도 문제였다. 세운상가 인근 ‘마전교 경사로’는 길이가 약 70㎙에 이르고 기울기는 12분의 1이나 된다. 박동렬씨는 “수동 휠체어로 저런 경사로를 70㎙나 올라가기는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동행한 서울시 관계자가 “법적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내 “‘지형상 곤란한 경우에는 12분의 1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는 반론에 묻혔다.

또 서울시 관계자가 “청계천 산책로와 차도 사이의 보도가 지나치게 좁은 것은 긴급구조와 시설물 보호를 위한 보조도로이지 인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장애인단체 측이 보도에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그린 청계천 복원 조감도를 보여주며 반박해 해명이 무색해졌다.

현장조사를 마친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접근권과 이동권이 상당히 제약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직권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좀더 쉽게 청계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 낮추기, 점자블록 증설 등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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