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개 복제 성공은 단순히 복제 동물 목록을 하나 추가했다는 의미를 훨씬 뛰어 넘는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을 치료할 때 적합한 실험동물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황 교수팀은 쉴 새 없이 업적을 쏟아내 세계 배아줄기세포와 복제 연구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었다.
■ 개에서 인간 질병 탐색
황 교수는 3일 간담회에서 “연구 결과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영장류 개체 복제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숭이 등 영장류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워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복제가 첨예한 관심사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현실화할 경우 사람에 앞서 원숭이에 적용, 검증하는 수순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개는 영장류 다음으로 바람직한 인간질병모델로 꼽힌다. 간담회에 참여한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개는 당뇨, 암, 류머티즘 등 수많은 질병을 인간과 공유하고 있다”며 “인간 질병의 기원을 밝히고 치료에 적용하는데 개 복제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간줄기세포로 직접 실험하기 어려운 경우 개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거나, 특정 질병을 앓도록 만들어진 개를 복제해 실험동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황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정상 쥐와 같은 동물실험만 해도 되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인간에 더 가까운 질병모델 동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 복제 기술은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 호랑이, 한국늑대, 토종여우 등과 같은 동물 종 복원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 자연배란으로 난자 얻어
스나피의 복제방법은 일반적 체세포 복제와 같다. 세살 난 아프간 하운드 수컷 타이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떼어, 잡종 개의 난자에서 핵을 뺀 뒤 융합시켜 대리모에 이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개가 다른 동물과 달리 성숙되지 않은 난자를 배란하기 때문에 이를 채취해서는 세포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성숙한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방법도 실용화하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팀은 개의 체내에서 난자가 성숙되는 시기와 위치를 면밀히 살폈다. 배란 후 72시간이 지나면 난자가 자연 성숙하면서 난소에서 나팔관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채취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호르몬을 사용한 인위적 배란 유도 없이 개의 자연적인 배란주기를 따랐다”며 “개에 맞춰 하루 24시간 밤낮 없이 실험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연구팀은 마리 당 평균 12개의 난자를 채취, 1,095개의 복제배아를 만들었으며 대리모 1마리에 5~12개의 배아를 이식했다. 123마리의 대리모 개 중 3마리가 임신했으나 한 마리는 유산됐고 최종적으로 태어난 2마리 중 1마리는 폐렴으로 숨졌다. 4월24일 제왕절개로 태어난 개가 스나피(출생 당시 530g)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복제 성공률을 1.6%(123마리 대리모 중 2마리가 탄생)로 밝혔으나 배아를 기준으로 하면 복제 성공률은 0.0018%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복제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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