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가 20대인 아들과 함께 정밀한 암 검진을 받고 싶어 합니다. 5개월 전에 종합검사를 받은 친지가 최근 꽤나 진행된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서 찾아 온 것입니다.
일반적인 암 검사는 2개월 전에 받았기에 ‘CT(컴퓨터 단층촬영)나 PET(양전자단층촬영) 검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 분들의 암 걱정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실 연간 사망자의 약 25%가 각종 암에 의한 사망일 정도로 암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암은 치료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 완치율이 반을 넘지 못합니다. 특히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완치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암의 예방과 조기발견은 모든 이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밀검사를 받는다면 암을 조기 발견해서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간암, 자궁암, 유방암, 대장암, 폐암을 대상으로 이른바 6대암 검진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많은 암은 아직 조기 발견 방법이 없거나 있더라도 전체 국민들에게 실시하기에는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암 조기발견 사업에는 많은 제한이 따릅니다.
검사가 100% 정확하지 않아 검사를 하다 보면 있는 병을 찾아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짓 음성 오류가 적을수록 우수한 검사이지만, 아무 증상도 없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므로 피치 못할 현상입니다.
흔히 PET검사가 모든 암을 발견해 낸다고 해서 받아보고 싶어 하지만, 이런 예민한 검사는 없는 병을 만들기도 하는 거짓 양성 오류를 범합니다.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속담처럼 이상이 있어 보여 결국 최종적인 확진 검사를 수행했어도 결국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검사는 일단 암에 걸려 치료받는 환자에게서 재발여부를 본다거나 병의 정도를 파악할 때는 유용합니다. 이와 같이 검사 방법의 제한이 있어서 무증상인 성인 대상의 암 검진에 이용되는 검사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흔히 피검사로 암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그렇게 근거 있는 말이 못됩니다. 특정 암표지자 검사가 95%의 정확도를 가졌다고 하면 암 환자 100명 중에 5명은 음성이고, 또 건강한 사람 100명 중에 5명에는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정 암이 10만 명당 100명 수준으로 발생한다고 볼 때 설사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더라도 실제 암일 확률은 50명에 1명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로 검사하는 암표지자는 암 검진 목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없습니다.
이렇다고 해서 암 검진이 효과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검사만 정기적으로 받아서 일단 몸에 생긴 암을 일찍 찾아내자는 것입니다. 또 한 번 받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간격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에 대해서는 40대 이후에 위내시경을 2~3년 간격으로, 대장암에 대해서는 50대 이후에 대장 내시경이나 대장 조영술이나 직장내시경과 대변 잠혈검사를 5~10년 간격으로 받습니다.
자궁암은 20대 이후 성생활을 하는 여성은 2년 간격으로 받고 유방암은 40대 이후 유방엑스선 검사를 받습니다. 간암은 간염보균자에게만 해당되고, 폐암은 아직 확실한 방법이 정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 열거한 암 외의 암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금연이 가장 유력한 암 예방 방법입니다. 모든 암의 약 70% 정도는 담배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 식생활에서 염분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자주 드시는 것, 과도한 지방질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하루 2잔 이내의 적절한 음주습관을 지키고 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암 예방에 중요한 일입니다.
현대인은 암에 대한 공포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암은 수명이 연장되어 오래 살게 된 인류에게는 숙명처럼 다가오는 건강 문제이니까요. 그럴수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사고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도입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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