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고의 가수들이 서는 이 꿈의 무대에 드디어 한국인 테너가 등장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로 2007년 1월 데뷔하는 김우경(28)씨다. 지금까지 이 극장에 선 한국인 성악가는 여기서 주역으로 롱런 중인 홍혜경을 비롯해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바리톤 서정학, 베이스 연광철 등이 있지만 테너는 없었다.
독일로 간 지 5년, 그는 현재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주역급 솔리스트다. 솔리스트는 대개 조역이나 단역을 하는데, 주역을 하고 있으니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25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유럽 오페라단 주역가수 초청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
신진 가수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는 길은 주로 오디션을 거치는 것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그는 오디션 없이 바로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이 계기가 됐다. 그 전에 드레스덴에서 그가 출연한 ‘돈 조반니’와 ‘장미의 기사’를 눈여겨 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캐스팅 담당자가 드레스덴의 한국인 가수가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운은 없는 법. 평소 노력하며 실력을 쌓지 않고서야 어림없는 일이다. 뮌헨음대 유학 시절, 그는 오페라 가수 지망생들을 위한 뮌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배우며 작은 역으로 출연도 하곤 했다.
그때 감독인 게르하르트 위커가 2003년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극장장으로 옮기면서, 역시 오디션 없이 그를 솔리스트로 데려갔다. 위커 감독은 젊은 가수들을 스튜디오에서 훈련시켜 무대로, 다시 세계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는데, 그가 그 첫 번째 결실이다.
“유럽에서 동양인이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게 쉽진 않아요. 언어와 문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그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지요. 그냥 노래 잘 하는 성악가보다는 음악을 깊이 대하고 감동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25, 27일 공연에서 김씨는 ‘라 트라비아타’와 ‘카르멘’의 아리아를 부른다. 번디트 운그랑시의 지휘로 인천시향이 반주하는 이 무대에는 김씨 외에 소프라노 박은주 김혜진, 베이스 손혜수, 바리톤 한명원 등 독일과 이탈리아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주역가수로 서고 있는 젊은 성악가들이 나온다. 공연문의 (02)518-73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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